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도를 잇는 가거대교 시공을 한 A건설사도 2001년 측량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부산과 거제 쪽에서 각각 재어갔는데 연결 부위 높이가 37㎝나 차이난 것이다. A건설은 가설계도를 폐기하고 덴마크의 측량전문 회사를 불러 설계를 수정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 "삼각점과 수준점이 문제였다"=한반도의 전 국토는 지구상의 위도와 경도로 표시된다. 이른바 삼각점이다. 전국적으로 1만6355곳의 표지돌이 있으며 사방이 잘 보이는 산 꼭대기에 설치돼 있다. 수준점은 특정 장소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주로 도로변에 표지돌을 세워 놓는다. 인천시 남구 용현동 인하공업전문대 안에 수준점의 기준인 수준 원점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약 2㎞마다 1등 수준점, 이를 좀 더 조밀하게 나눈 2등 수준점이 설치돼 있다. 전국에는 약 6000개의 수준점이 있다. 따라서 삼각점과 수준점을 알면 특정 지점의 '입체'가 확인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관리하는 수준점 6000여 개 중 이미 60%를 분실한 상태다. 나머지 40%도 오류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거대교의 경우 거제 쪽의 기준이 된 진해 수준점이 엉터리여서 오차가 발생했던 것.
삼각점도 부실은 마찬가지다. 전체 삼각점 중 2234개의 표본을 뽑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정밀분석한 결과 약 20%인 435점에서 오차가 발생했다. 이 중 195개는 300m 이상 차이가 났다. 사용 불능이란 것이다.
◆ 지도도 엉망이었다=감사원이 조사해 보니 여수와 포항의 삼각점대로라면 두 지역은 태평양 바다 한복판에 있어야 했다. 강원도 철원군 갈말면은 지중해상에 위치하는 좌표로 표시돼 있었다. 좌표의 기준점이 엉망이다 보니 이를 기준으로 만든 지도나 지적도가 맞을 리 없다. 서울시가 제작한 축척 1/1000 지도의 경우 종로 지역의 좌표가 GPS 분석 좌표와 최고 11m의 차이를 보였다.
성균관대 토목환경공학과 윤홍식 교수는 "시공사만 엉뚱하게 부실시공했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감사원 건설.물류감사국 이영웅 감사관은 "1~2㎝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국가기준점이 이렇게 부정확하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 삼각점=경도와 위도의 좌표를 관측해 기록해 놓은 표석. 평면상 위치를 관측하는 기준이 된다. 사방이 잘 보이도록 주로 산 정상에 있으며 전국에 1만6000여 개가 있다.
◆ 수준점=높이를 미리 관측해 기재해 놓은 표석. 주로 도로변 등에 있으며 전국에 6000여 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