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정부 맞아 달라진 현충일 추념식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무연고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무연고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인 6일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아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이 날 현충일 추념식은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예인이 많이 나왔고, 예전 같았으면 선택되기 어려웠을 노래가 불렸다. 이 같은 형식 파괴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탁 행정관은 청와대 중요 행사의 기획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기획하는 행사는 대중에 익숙한 연예인을 활용하고 극적인 요소를 가미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을 기획한 이도 탁 행정관이라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한 매체에 “탁 행정관이 여성 비하 논란에도 계속 기용되는 것은 그가 기획한 행사가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연예인 출신으로 군 복무중인 지창욱 일병, 임시완 상병, 강하늘 이병, 주원 상병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연예인 출신으로 군 복무중인 지창욱 일병, 임시완 상병, 강하늘 이병, 주원 상병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추념식에는 연예인들이 주요 식순마다 등장했다. 우선 군 복무 중인 배우 지창욱·주원·강하늘·임시완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불렀다. 배우 한지민은 이해인 수녀의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라는 추모 헌시를 낭송했다. 가수 최백호는 대통령 추념사 이후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부르며 순국선열의 넋을 위로했다. ‘늙은 군인의 노래’는 가사 중 ‘푸른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내 청춘’ 등과 같은 가사가 문제가 돼 금지곡으로 지정됐던 때도 있었다. 이 노래는 1980년대 집회·시위 현장에서 더 널리 불리기도 했다.

배우 한지민 씨가 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한지민 씨가 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추념식 장소를 대전현충원으로 정한 것은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 및 군인 위주로 묘역이 조성된 서울현충원과 달리 대전현충원에는 의사상자·소방 및 순직공무원들의 묘역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웃’과 ‘가족’ 등 국민의 평범한 삶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 수차례 되풀이하며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서로 아끼고 지키는 것이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는 전쟁희생자들이나 독립유공자들을 기리며 애국심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었다. 추념의 대상이 문 대통령 정부 출범을 맞아 일상 속 의인들로 넓혀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이날 추념식에는 문 대통령과 유족, 보훈단체,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현충일 추념식이 서울이 아닌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19년 만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이날 추념식에는 문 대통령과 유족, 보훈단체,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현충일 추념식이 서울이 아닌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19년 만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일제 치하에서 앞장서 독립 만세를 외친 것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간 것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에 나선 것도 모두 평범한 우리의 이웃, 보통의 국민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희생된 대부분의 사람도 우리 이웃이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