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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미세먼지 갈등 탓?…재판가는 수도권 환승손실금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는 지난해 1월 미세먼지 대책으로 대중교통 무료운행을 시행했다. 당시 광화문역 카드단말기에 요금이 0원으로 표시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는 지난해 1월 미세먼지 대책으로 대중교통 무료운행을 시행했다. 당시 광화문역 카드단말기에 요금이 0원으로 표시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와 경기도가 대중교통 환승 손실보전금 미납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인다. 지난 2013년에 이은 두 번째 '환승 손실금' 마찰이다.

서울교통공사, 경기에 환승손실부담급 미지급금 소송 #공사, "1월 서울 대중교통 무료운행 당시 환승금 달라" #경기, "무료 운행이니 환승비도 없어"

서울시가 지난 1월 시행한 대중교통 무료운행과 관련된 미납금을 둘러싼 갈등이라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벌어졌던 서울시와 경기도의 자존심 싸움이 소송전으로 번졌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경기 환승 손실보전금 소송 이유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교통공사)는 지난달 17일 수원지법에 경기도를 상대로 한 대중교통 환승 손실부담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6일 밝혔다.

환승 손실보전금은 광역 간 대중교통 환승 시 이용객에게 요금을 할인해 주고, 이를 해당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비용이다.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아닌 총 이용 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한다.
2004년 서울시가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협약을 맺어 처음 시작했고 이어 2007년 경기도, 2009년 인천시가 도입했다.
그런데 경기도가 지난 1월 환승 손실부담금 중 1억5700여만 원을 덜 줬다는 것이 교통공사의 주장이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에서 남산 서울타워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중앙포토]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에서 남산 서울타워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중앙포토]

논란이 된 미지급금 1억5700만원은 서울시가 지난 1월 세 차례 시행한 대중교통 무료운행에 대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1월 15·17·18일에 걸쳐 출퇴근 시간인 오전 6∼9시, 오후 6∼9시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했다.
경기도는 "서울시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실효성도 없는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시행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교통공사에 줘야 할 1월 환승 손실금 28억2800만원 중 3일 치(하루 5000여만 원)인 1억5700만원을 제외한 26억7100여만 원만 지급했다.

줘야 한다vs 줄 필요 없다

발끈한 교통공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교통공사는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경기도 등은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 환승 할인제'를 시행하면서 환승 손실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무료운행'이 서울시가 시행한 정책이라는 이유로 환승 손실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와 함께 교통공사에 환승 손실금을 지급하는 인천시도 1월 지급분 2억8500만원을 모두 냈다. 인천시는 서울시 무료운행으로 인한 환송손실금을 2000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강제 차량 2부제' 추진을 비롯한 미세먼지와 관련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강제 차량 2부제' 추진을 비롯한 미세먼지와 관련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한 서울시도 교통공사에 3일 치 환승 손실금인 69억5800만원을 지불했다. 당시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운행으로 쓴 예산은 총 150억원이다.
반면 경기도는 교통공사엔 일부 비용을 뺀 환승 손실금을 주면서도 코레일에는 전액 지불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경기도가 같은 기간 교통공사와 함께 지하철 무료운행을 했던 코레일에는 환승 손실금을 보전하면서 서울시에만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는 미세먼지 공짜 운행 정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 경기도]

지난 1월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는 미세먼지 공짜 운행 정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 경기도]

경기도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운행은 사전 협의도 없었지만 환승 할인제 공동 합의문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2015년 11월 수도권 할인 환승제도 협약을 위해 서울·경기·인천·코레일이 공동 합의한 내용에 "한 기관의 정책으로 인한 분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거다.
경기도 관계자는 "서울시가 서울시민에게 혜택을 주는 대중교통 무료 운행 정책을 펼치는데 경기도가 환승요금을 분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무료운행은 요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환승 손실금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레일의 경우 서울 구간은 무료운행에 참여했지만, 그 외 다른 지역은 유료로 운행해 환승 손실금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통공사에 이미 환승 손실금을 준 인천시도 "양 기관의 입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며 "재판 결과를 보고 대응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르는 환승 손실금 갈등

환승 손실금을 둘러싼 수도권의 갈등은 예전에도 있었다.
당초 환승 할인에 따른 지자체의 손실금 부담 비중을 60%로 정한 것이 문제였다.
인구가 늘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경기도와 인천시가 부담해야 할 손실금이 커졌다.
2011년 서울·경기·인천은 수도권 전철 요금을 인상하면서 환승 손실금의 비율을 50%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코레일과 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 2012~2013년 "합의문을 작성한 적도 없고 구두 대화는 무효"라며 잇따라 미지급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2심에서 법원은 코레일 등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은 2015년 서울·경기·인천·코레일이 비율을 기존 60%에서 46%로 인하하는 데 합의하면서 취하됐다.

대중교통에 대한 출퇴근 시간 무료운행이 실시된 지난 1월 서울시 모습[뉴시스]

대중교통에 대한 출퇴근 시간 무료운행이 실시된 지난 1월 서울시 모습[뉴시스]

이후 경기도는 매달 코레일에 40억원, 교통공사엔 30억원 등 70억원을 환승 손실금으로 주고 있다. 인천시도 교통공사엔 3억원, 코레일에는 5~6억원 정도를 주고 있다.

이번 소송은 또 다른 소송으로 번질 분위기다. 무료운행에 동의하지 않은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경기지역 버스회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로 이동하는 경기 버스의 경우 운임을 서울시가 최대 주주(36.1%)로 있는 통합정산기관인 한국스마트카드(KSCC)에서 정산해 입금해준다. 교통 요금을 절반으로 나눠 환승한 서울과 경기의 운송업체에 주는 형태다.
경기지역 버스회사들은 서울시가 무료운행을 결정한 만큼 당시 운행수익금은 서울지역에 대한 배분 없이 전부 경기 버스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경기도 버스운송조합 전무는 "무료운행을 하면서 수익을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운송수익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결 방법은 없나. 

갈등이 계속되자 서울·경기·인천·코레일은 합리적인 환승 손실금 보전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요금체계 개선방안 공동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 1월에 발주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다.
용역이 2차례 유찰되고 각 기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지지부진해졌다. 환승 손실금 부담 비율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고 싶어하는 경기·인천과 달리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더 이상의 비율 조정을 꺼리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에 대한 지자체 간 의견 엇갈리면서 지금까지 진행 더뎠다"며 "올해 중에 용역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용역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발령됨에 따라 출퇴근 시간 서울 지역 버스와 지하철이 무료로 운행됐다. 15일 오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무료 운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지난 1월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발령됨에 따라 출퇴근 시간 서울 지역 버스와 지하철이 무료로 운행됐다. 15일 오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무료 운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강력한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각 기관이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거다.
이를 위해 수도권의 교통문제를 컨트롤하는 '수도권광역교통청'이 하루속히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서울·경기·인천 단체장 후보들도 일제히 '수도권광역교통청 조기 설립'을 공약으로 내놨다.
김채만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승 손실금 문제는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단체장 간 협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각 단체장의 소속 정당이나 정치성향이 달라 해결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적정 보전금 비율 산정을 위한 합의를 위해 도의회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이승호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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