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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미세먼지 아니면 오존 걱정…오염 피하는 법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서울과 경기도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 때문에 시민들은 하루하루 걱정스럽다. [중앙포토]

지난 5일 서울과 경기도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 때문에 시민들은 하루하루 걱정스럽다. [중앙포토]

지난 5일 오후 한때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오존 주의보가 발령됐다.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에서 오존 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5일까지 모두 129건에 이른다. 이미 지난해 전체 발령횟수 276회의 절반 수준에 도달했다.

이와 함께 초미세먼지(PM2.5)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나쁨' 수준이 될 것으로 예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하루 중 일시적으로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상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줄이기나부터시민행동 회원들이 6.13 지방선거를 맞아 환경 관련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줄이기나부터시민행동 회원들이 6.13 지방선거를 맞아 환경 관련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바람에 6·13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곳곳의 선거구에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후보도 많이 등장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은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성과를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개인이 대기오염 노출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미세먼지·오존 오염도 높으면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지낼 것을 권한다.
또, 야외에서도 과격한 운동이나 장시간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행동 요령을 제시한다.

그런데 실내에서만 생활한다면 오염을 피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여러 학술지에 실린 연구 논문과 기고문을 통해 찾아보았다.

실내에 머물면 과연 괜찮을까

환경안전진단 담당자가 한 어린이집에서 실내공기질을 측정하고 있다. [중앙포토]

환경안전진단 담당자가 한 어린이집에서 실내공기질을 측정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세먼지나 오존 등 실외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실내로 침투한다. 하지만 대체로 실외보다는 실내의 오염도가 낮다.
실내에 머물면 오염 노출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내로 침투하는 속도다.
건물의 구조, 실내 벽면·바닥의 종류, 환기나 공기조절시스템 등에 따라 침투 속도가 달라진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켠다면 공기순환 속도를 낮춰 오염물질 침투 속도를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오존의 경우 실내로 들어오더라도 벽면 등과 반응해서 사라지기 때문에 보통 실내 오염도는 외부의 40~50% 수준으로 낮아진다.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오존 농도는 떨어진다. 일반적인 거실 정도의 공간(실험 체임버)에 두 명이 들어가 있으면 30분 이내에 오존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미세먼지를 차단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 럿거스대학 환경직업보건과학 연구소 호워드 키펜 박사 등은 2015년 '흉부 질병 학회지(Journal of Thoracic Disease)'에 게재한 논문에서 "공기조절 덕트에 필터를 설치하면 실내로 들어오는 초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조 덕트에 설치하는 필터에 따라서는 초미세먼지를 80%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헤파필터(HEPA, high efficiency particle air)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실내에 가동할 경우 일반적으로 초미세먼지를 65% 정도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공간 크기나 청정기 가동 속도, 환기 속도 등에 따라 제거율은 차이가 있다.

실내 발생 오염물질 줄이는 게 중요

주방에서 조리할 때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적절한 환기를 하지 않으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게 된다. [중앙포토]

주방에서 조리할 때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적절한 환기를 하지 않으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게 된다. [중앙포토]

환기하지 않을 경우 실내에서 만들어지는 오염물질이 문제가 된다. 화학물질이나 가구, 건물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있고, 실내에서 조리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도 있다.

지난 2월 사이언스에 실린 '실내 화학 칵테일'이란 글에서는 담배 연기에서 들어있는 니코틴이 공기 중의 아질산과 반응,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사민(Nitrosamines)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문화기술 융합(The journal of the Convergence on culture and technology)'에 실린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정명진 교수팀 논문을 보면 창문을 닫고 레인지 후드를 1단으로 작동하면서 고등어를 구우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당 223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까지 치솟았다.
또, 후드를 2단으로 가동하면 초미세먼지는 1400㎍으로 줄었고, 창문을 열었을 때는 1290㎍으로 측정됐다.
36㎍ 이상이면 환경부 예보 등급에서 '나쁨'에 해당하는데, 그 수십 배에 달하는 오염도다.

을지대 연구팀은 "조리를 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레인지 후드를 이용한 환기와 자연 환기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코로 오염 걸러내는 힘 약해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운동을 하면 호흡량이 많아지고 더 많은 오염물질을 흡입하게 된다. [뉴스1]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운동을 하면 호흡량이 많아지고 더 많은 오염물질을 흡입하게 된다. [뉴스1]

오염된 공기를 많이 들이마시면 그만큼 오염물질이 몸속으로 더 많이 들어온다.
운동하면 더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므로, 오염이 심할 때는 과격한 운동을 자제하라는 이유다.

실제로 건강한 성인이 휴식을 취할 때보다 중간 수준의 운동을 했을 때 호흡기에 가라앉는 초미세먼지(지름 0.1㎛ 미만, 1㎛(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가 약 5배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입으로 숨을 쉬는 것보다 코로 숨을 쉴 때 미세먼지나 다른 오염물질이 폐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6~10세 어린이의 경우 코에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능력이 낮기 때문에 어린이의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려면 운동을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염이 심할 때 운동을 피해야 하지만 유럽에서 진행된 건강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심혈관계 질병 예방 효과가 자전거 출퇴근 때 오염물질에 노출될 때 받는 위험보다 훨씬 컸다.

이 조사는 물론 초미세먼지 농도가 35~40㎍/㎥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우리의 '나쁨' 단계(36~75㎍/㎥) 중에서도 오염이 덜한 경우는 운동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기오염이 심할 경우에는 운동으로 얻는 혜택보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시간·장소마다 오염 농도 차이 나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미세먼지. 도로변 등 위치에 따라 오염도가 달라질 수 있다. [중앙포토]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미세먼지. 도로변 등 위치에 따라 오염도가 달라질 수 있다. [중앙포토]

정부나 지자체에서 오염 농도를 발표하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오존의 경우 바람이 없고 햇볕이 따가운 오후에 오염도가 치솟는다.

미세먼지의 경우 도로변에서는 오염이 심하지만 조금만 떨어지면 오염도가 크게 줄어든다. 미소 환경(microenvironment)에 따라 오염도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매일 걷기나 조깅 등 운동을 하는 경우 교통량이 많은 도로나 공장·공사장 같은 오염물질 배출원을 피하는 새로운 루트를 정할 필요가 있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황사 마스크 등을 골라 얼굴에 밀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착용해야 한다. [연합뉴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황사 마스크 등을 골라 얼굴에 밀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착용해야 한다. [연합뉴스]

적절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황사용 마스크를 적절히 착용하면 마스크 내부의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중 농도의 10% 미만으로 줄어든다. 구레나룻 등으로 마스크가 제대로 밀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또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호흡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럿거스대학 키펜 박사는 "현재로써는 운동으로 얻는 혜택과 오염 노출로 인한 위험을 딱 잘라서 비교·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실내 오염물질 발생을 줄일 수 있다면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실내에 머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충고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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