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배당 신기록 … 경상수지 흑자 6년 만에 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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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준 데다 해외 배당금 지급이 역대 최대로 불어난 탓이다.

한은, 4월 국제수지 잠정치 발표 #12월 결산법인 배당 몰렸기 때문 #수출 7% 증가, 수입은 13% 늘어 #유커 61% 늘어 여행적자는 감소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17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행진은 2012년 3월 이후 74개월째다. 다만 흑자 규모는 2012년 4월(9000만 달러) 이후 가장 작았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1년 전보다 줄고 배당 지급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가 상품·서비스·배당·이자 거래에서 낸 흑자와 적자 모두를 따져 산출한다. 올 1~4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35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입보다 수출이 많아 발생하는 상품수지 흑자는 103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4월(115억4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수출 증가 폭보다 수입 증가 폭이 커지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었다.

수출 증가세는 이어졌다. 수출(515억1000만 달러)은 반도체 시장 호황과 세계 교역 회복세로 전년 동기(481억3000만 달러)보다 7% 늘었다.

수입은 이보다 증가 폭이 컸다. 1년 전(365억9000만 달러)보다 12.5% 증가한 41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도입단가 상승, 반도체 제조용 장비 도입 등이 영향을 줬다.

배당과 이자 등 투자소득이 포함되는 본원소득수지는 58억6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적자 폭은 사상 최대였다. 배당소득 수지가 65억1000만 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배당 지급도 사상 최대인 75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4월 평균 환율(달러당 1067.76원)로 환산하면 8조원이 넘는 수치다.

최정태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국내엔 12월 결산법인이 많은데, 이들 회사의 배당이 대체로 4월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기업 수익성 개선과 외국인 주식투자 확대 등도 배당 지급액이 느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4월 서비스수지는 19억8000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5월(16억4000만 달러 적자) 이후 적자 규모가 가장 작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조치 완화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여행수지는 10억9000만 달러 적자로 2016년 12월(10억3000만 달러 적자) 이후 가장 작았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가 이어지며 출국자가 1년 전보다 11.3% 늘었지만 입국자 수는 23.8% 늘었다. 특히 중국인 입국자가 지난해 4월보다 60.9% 증가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은 줄었지만 내용 면에선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빠르게 줄 경우엔 금융·외환시장에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엔 배당 지급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여 5~6월 통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000만 달러 느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순유입액은 42억2000만 달러였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21억4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2억6000만 달러 각각 늘었다. 지난 3월 2억 달러가 순유입됐던 증권투자는 4월 내국인 해외 투자가 늘면서 39억40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