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평양행 비행기 세 차례 연기 뒤 귀국 … 푸틴, 김정은 9월 방러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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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를 요청했다고 4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김영철, 베이징 도착 뒤 종적 감춰 #중국 측에 방미 성과 설명 가능성

통신에 따르면 이반 멜리니코프 러시아 하원 제1부의장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의회주의 발전’ 국제포럼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과의 회동에서 “최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친서에는 방러 요청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또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전했다.

한편 3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4일 베이징을 거쳐 귀국했다. 김정은의 복심(腹心)인 김영철은 이날 베이징 북한대사관을 나와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VIP 통로를 통해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했다. 이날 김영철 일행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낮 12시 출발 예정이던 JS152편은 세 차례나 출발이 연기된 끝에 오후 1시22분에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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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이 귀국 전 중국 측과 접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도 접촉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영철이 중국 측과 접촉해 방미 성과를 설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뉴욕에서 출발해 지난 3일 베이징공항에 도착한 김영철 일행은 귀빈실이 아닌 일반 통로로 빠져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 이때 중국 측과 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김영철 탑승 비행기가 세 차례나 출발을 늦춘 것은 그와 중국 측 인사와의 회동이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북·중·러 간 접촉이 잦아지는 가운데 3국 정상회의 개최 여부도 관심사다. 중국 현지에선 오는 9일을 전후해 칭다오(靑島)에서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9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하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 동방일보는 “이미 다롄(大連)을 방문했던 김 위원장의 칭다오 방문은 매우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중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 입장에선 미국의 반발로 인해 중·러와의 정상회담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최익재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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