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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늘어난 현수막 … “미관 해쳐” “운전 방해” 불만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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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3일 서울 신도림역 인근 건널목에 6·13 지방선거 현수막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신도림역 인근 건널목에 6·13 지방선거 현수막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선거 열기는 느끼기 어렵지만 선거 현수막은 풍년이다. 북·미 정상회담 등 초대형 안보 이슈에 가려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관심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는 6·13 지방선거지만 현수막만큼은 예외다.

개수 제한 완화 뒤 전국 13만 개 #운전자 시야 가리는 경우도 많아 #유세차량 연설·선거송 소음도 불만 #자동차 경적 울려 항의 표하기도

국회는 지난 3월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안의 읍·면·동마다 1매’이던 현수막 게시 제한 조항을 ‘선거구 안의 읍·면·동 수의 두 배 이내’로 바꿨다.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수는 두 배로 늘고 장소 제한이 없어진 셈이다. 이번에 한 후보가 한 장소에서 선거 현수막을 많게는 4~5개씩 ‘도배질’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원래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교육감 등 선거 종류가 여럿이어서 현수막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허용 한도까지 늘렸으니 거리에 현수막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일 현재 전국에 게시된 지방선거 후보자 거리 현수막 수는 약 13만 매다. 4년 전 선거에 비해 두 배가량이다. 이에 대해 신도림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8)씨는 “선거운동도 좋지만 지나치게 미관을 해치는 것 같다”며 “이름·기호·공약 등 외에 장난처럼 느껴지는 문구도 많은데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 현수막이 교통안전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었다. 후보마다 이른바 ‘명당’을 차지하려다 운전자의 시야까지 가려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서울 목동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우회전을 할 때 좌측에서 오는 직진 차량을 확인해야 하는데 선거 현수막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도 “사람도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 곳에 현수막을 걸어 사고 위험이 있다” “좌회전 비보호 신호인데 떡하니 왼쪽에 현수막을 걸어 철거 요청을 하고 싶다”는 등 불만 제기가 적잖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현수막 이동이나 철거를 강제할 법적 조항은 없다”면서도 “선거 현수막이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사고 초래의 위험이 있는 경우 해당 후보자 측에 현수막 이동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 제작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법정 게시 현수막 수량이 늘어나면서 제작 의뢰도 함께 증가했다”며 “요즘에는 SNS를 이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지만 현수막은 선거운동의 기본이라 외면할 순 없다”고 귀띔했다.

한편 현수막뿐 아니라 유세 차량이 뿜어내는 후보 연설이나 선거송 등 소음과 관련한 불평도 선거철 단골 민원이다. 최근에는 일부 시민이 후보자의 유세 현장을 지나며 자동차 경적을 울려 직접 불만을 표시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소음을 일으켜 후보자의 연설 진행이나 유권자의 청취를 간접적으로 방해하는 경우도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자유 방해죄에 해당해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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