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트럼프-김영철 마주한 책상, 알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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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대화하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뉴스1]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대화하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면담을 가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이 집무실 내 책상에서 마주 앉은 것에 관심이 쏠린다. 이 책상은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 전용 책상으로, 백악관으로 초대되는 인사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공개된다고 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온 동갑내기(72세·1946년생)와의 만남을 신경 썼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책상을 자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6월 처음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이 책상을 봤었다. 이 책상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1880년 러더퍼드 헤이스 당시 미 대통령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부터 집무용으로 사용해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쭉 사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과 회동을 신경 썼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은 이 밖에도 또 있다.

미국 NBC뉴스는 이날 “김영철에게는 우방국 최고위급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의전이 펼쳐졌다”며 “백악관이 거의 모든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김영철을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NBC뉴스는 그 증거로 김영철이 트럼프 대통령과 약 90분간 만났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2000년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 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과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면담은 45분 정도 진행됐다. 김영철-트럼프 대통령 간 만남 시간이 약 두 배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는 김영철을 위해 집무동 밖까지 나와 ‘배웅 에스코트’를 한 점도 이례적인 장면으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과 미소와 악수를 주고받았고, 우호의 표시로 김영철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을 ‘대접’하는데 각별히 신경 쓰는 것에 대해 N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만큼이나 북미 간의 좋은 관계라는 ‘쇼’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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