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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직선제 관철돼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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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뒤늦게나마 농·수·축협법의 민주적 개정이 논의된 끝에야 3당이 농협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 동안 개정논의의 초점은 단위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종래처럼 간선제로 할 것이냐 아니면 회원의 뜻이 반영되는 직선제로 할 것이냐에 모아졌었다.
이 같은 논의는 종래의 간선제가 농·수·축협을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했고 부정에 의한 타락선거의 소지가 있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지난 6월엔 농·수·축협이 각자의 개정안을 내놓고 농협중앙회회의실에서 공청회를 가졌었다.
이 자리에서·자유로운 신분의 토론자들이나 수협·축협 측에서는 지난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직선제를 주장했으나 협동조합의 맏형 격인 농협 측만이 무슨 연유인지 유독 종래와 별 다를 바 없는 체육관 식 선거방법을 주장했었다.
수·축협 측은 조합장과 중앙회장 모두의 직선제를 주장했으나 농협 측은 간선조합장 중에서 뽑힌 중앙회 대의원들이 중앙회 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인물 가운데서 중앙회장을 뽑는 간선방식을 제안했다.
농협의 안대로 한다면 민주성이 변질된 3중의 간접선거에 의해 친여적 인물이 회장에 선출되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 불 보듯 훤하다.
농민의 수준이 높아진 사실을 바로 양대 선거에서 목격하고도 「농민의 수준이 낮아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간선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발상에는 비난의 화살이 쏠릴 수밖에 없다.
총회직선도 조합원의 입장에서 보면 1차 간선이나 다름없지만 그렇게 라도 된다면 협동조합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하물며 2백만 조합원이 농협회장을 직접선거한다면 명실공히 농민대표로서 「농민 대통령」의 지위를 확보해 정부·정당 및 경제계 대표들과 대등한 지위에서 농민의 실질적인 권익을 위해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의 악법적 요소를 걸러내고 민주적인 법을 만들자는 자리에서 행해진 일부 농협관계자들의 구태의연한 발언은 농민들을 실망시키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한 농민단체 토론자의발언은 나의 눈과 귀를 깨어나게 했다.
『농협법의 제정·개정 시기나 배경을 살펴보면 민주적 입법절차를 거치기는커녕 과도기의 권력집단에 의해 만들어져 협동조합의 민주성을 말살해 왔다. 현재의 조합장임명에 관한 임시조치법도 그 같은 과정에서 탄생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법은 협동조합운동을 농민운동 내지는 사회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손발에 족쇄를 채워놓는 장치였다. 따라서 현재의 농협법은 정통성이 전혀 없으므로 이 법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한다』 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정확한 진단이며, 새로운 인식이며, 원천적인 문제제기인가.
다행히 16일 야3당이 국회에 내놓은 축협법 개정안은 이 같은 여론을 반영,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농·어민의 열망인 직선제를 주축으로 법안심의과정에서 다음의 방향으로 법이 다듬어 지기를 기대한다.
첫째, 중앙회는 가급적 순수한 연합회 기능만 하게 할 것.
둘째, 조합원과 직원간, 단위조합과 중앙회간 예속적이 아닌 수평적 관계 및 기능보완관계 (사업 면에서)가 되도록 할 것.
세 째, 협동조합도 자유롭게 정치활동에 참여하게 할 것.
넷째, 협동조합 고유의 6대 원칙인 운영공개원칙·민주적 관리· 출자배당 제한·교육장려· 국내외조합간 협동 등이 준수되도록 할 것.
다섯째, 협동조합의 이념과 특성이 능률적으로 구현될 수 있게 할 것.
마지막으로 농민들이 어서 빨리, 더욱 크게 정치와 경제에 눈을 떠서 협동조합법의 민주화를 쟁취하는 등 빼앗긴 권익과 인권을 되찾아야 할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임해수·서울 축산업협동조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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