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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잡은 사우디 공주, 여론 뭇매…활동가는 철장신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패션지 보그가 운전석에 앉은 사우디아라비아 공주 사진을 표지에 실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 보그 아라비아 공식 인스타]

[사진 보그 아라비아 공식 인스타]

공개된 표지 사진 속에 흰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사막을 배경으로 붉은색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이 여성은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사우디 국왕의 딸인 하이파 빈트 압둘라 알사우드 공주다.

이번 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선구적인 여성들”에게 바치는 것으로, 여성 운전 허용을 비롯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끈 일련의 개혁조치에 찬사를 보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이파 공주는 보그 아라비아와 인터뷰에서 현재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비전 2030’ 개혁과 관련, “사우디에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나는 이 변화를 매우 열정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할 권리 등을 위해 싸웠던 여성 운동가들을 포함해 최소 11명의 활동가가 체포된 상황에서 나온 이번 표지 사진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SNS에도 이번 보그 표지 사진의 공주 얼굴에 구금된 활동가들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이 다수 올라왔다.

노라 압둘카림 사우디 여성 운동가는 트위터에 “보그 아라비아판은 사우디 공주를 6월호 표지에 세워 ‘사우디의 선구자 여성’을 다루는 것을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했지만, 많은 사우디 여성이 트위터에서 이를 거부하고 사우디 공주의 사진을 구속된 3명의 운동가의 사진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체포는 최근 사우디의 엄격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세계 순방에 나선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개혁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해 사우디 국왕은 그동안 금지했던 여성의 운전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6월 24일부터 여성에게도 운전면허증이 발급된다.

보그 6월호는 여성 인권 운동가인 마날 알-샤리프와 첫 여성 축구팀을 만드는 축구 선수 사자 카말 등 영감을 주는 사우디 여성도 소개할 예정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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