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자치제 서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열곤 서울시 교육감 구속사건을 계기로 교육계에 만연된 각종 부조리를 뿌리뽑고 새 바람을 일으켜야한다는 요구와 움직임이 일고있다.
문교부는 이미 긴급 소집한 전국 시·도 교육감 회의에서 감사기능을 강화, 정화작업을 추진키로 했으며 전국 및 서울지역 교사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인사청탁 부조리 등을 일소토록 요구했다.
교육계 부조리는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짐짓 손을 써야했고, 오래 전부터 곪을 대로 곪은 교육계의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소리가 비등했다. 역대 서울시교육감이 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한 이유가 대부분 부조리와 관련됐다는 것말고도 최근에 그만둔 몇몇 도교육감도 인사부정으로 불명예 퇴진한 사실에서도 이를 넉넉히 헤아릴 수 있다.
16일 사표를 낸 중앙교육평가 원장도 도서관 신축공사와 관련, 시공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고, 작년에 그만둔 전남교육감이나 얼마 전 퇴진한 전북교육감 역시 인사부정 때문이었다.
이처럼 교육계 부정은, 어린이교육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되도록 덮어왔길 망정이지 그때그때 부정을 폭로하고 치부를 들추자면 한정이 없을 정도였다.
학기초마다 실시되는 담임교사 배정을 둘러싼 금품수수라든가, 교사신규 임용이나 전보, 장학사·교감·교장 승진·전보에 이르기까지 금전거래의 추잡한 말썽이 항상 뒤따랐다.
변두리근무 교사가 부유층이 몰려 사는 A급 지로 가는데 얼마를 써야한다느니, 장학사나 교감·교장 되는데는 얼마를 바쳐야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기까지 했다.
지금은 금전단위가 놀랄 정도로 높아졌겠지만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장 천 감 5백」이라는 웃지 못할 말들이 교사들 사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장 천 감 5백」이란 교장 되는데 1천만원, 교감되는데 5백만원이 든다는 속어로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였다.
인사부정은 그렇다 치고 학교 신·증축에서부터 도서관이나 운동장·회관 등 건설 때마다 건설부정이 으레 말썽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어느 교육감은 건설회사 사장으로 있는 가까운 인척에게 학교 신 증·축 공사를 몽땅 맡기기까지 해 끝내는 건설 부정과 관련, 불명예 퇴직했다.
이 같은 교육계부정은 신성해야 할 교육을 망치는 일이고 윤리성과 도덕성이 더없이 요구되는 교육을 짓밟아 버리는 반사회적 범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부정이 교육 전반에 걸쳐 만연하고 이제는 돈을 모르는 청빈한 교직자를 고지식한 교사로 바보취급 할 지경에 이르렀다. 금전만능의 사회풍조도 원인이 있겠지만 인사권과 행정을 주무르는 고위교육관료 군의 탓으로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교육감을 위시한 고위교육관료들은 그들이 맡은 직분이 장차 이 나라를 걸머질 2세 교육의 책임을 지고있다는 사명과 자부심으로 더없이 영예를 느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그러한 영예에 더하여 부마저 차지하려는 데서 교육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나라의 모든 자원, 다시 말해 권력과 부와 명예의 자원을 독점하려는 과욕이 교육비리의 원천인 셈이다. 신성한 교육을 담당했다는 영예면 그뿐이지 직권을 축재의 수단으로이용하고 위세를 부리겠다는 교육지도자들의 추한 독점욕이 이번과 같은 불행을 빚게 한 것이다.
문교부는 정기와 수시 감사 외에 암행 감찰을 실시, 부정을 근절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교육지도자들의 빗나간 교육사상을 바로잡고 올바른 교육관을 심기 전에는 교육부조리는 없어질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것이다.
교육을 제자리에 앉히는 노력과 함께 국민이 존경하고 국민에게 책임지는 교육감과 교육장이 교육행정을 도맡도록 교육자치제를 하루빨리 실시하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