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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24, 중국 시장의 급부상하는 무인상점 기업

중앙일보

입력

‘젠24’
중국어로 ‘간단하다’는 뜻의 젠(简)자 뒤에 숫자 24가 붙었다.
24시간 간편한 생활, 중국의 한 편의점 이름이다.

첨단기술에 사람의 온기 더한 무인 편의점 #'신소매' 모델 주목한 유통업계 출신 창업자

2017년 7월 설립된 젠24(简24)는 컴퓨터 비전 인식, 듀얼 센서, 딥러닝 등 최첨단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무인편의점이다. 전용 앱(APP 어플리케이션)이나 텐센트 샤오청쉬(小程序 미니 프로그램) 스캔을 통해 매장 들어간 다음, 원하는 제품을 골라 나오면 만사 OK. 계산원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색다른 쇼핑체험을 선사한다.

[사진 젠 24 홈페이지 캡처]

[사진 젠 24 홈페이지 캡처]

“사람의 온기를 담은 무인 편의점”

무인 편의점 젠24는 비전 인식 기술을 센서에 접목해 제품에 RFID(전자 라벨) 태그를 부착할 필요가 없다. 인체 및 사물의 특징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고객이 매장 내에서 하는 모든 행위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이 기술은 100~150m² 안팎의 매장 환경에 적용 가능하다.

그렇다고 젠24가 첨단 과학기술로만 무장된 편의점은 아니다.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편의점이 젠24의 지향점. 널찍한 휴게 공간 외 무료 와이파이(wifi), 휴대폰 충전, 원두커피 자판기 등을 비치해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을 조성했다.

무인 편의점이지만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상품 정리나 고객 서비스를 위한 직원을 배치했다. 그럼에도 기존 편의점에 비해 인건비는 50% 이상 절감된다. 결제 절차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 젠24는 란츠(蓝驰 BLUE RUN) 뎬량(点亮基金) 등으로부터 3000만 위안(약 50억 8400만원)의 엔젤 투자를 유치했다. 6개월 후 다시 시리즈A 펀딩을 통해 5000만 위안(약 85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젠24 창립 멤버들의 화려한 이력 덕분이다.

창립자 겸 CEO 린제(林捷)는 미국 예일대 박사 출신으로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다년 간 경력을 쌓았다. 공동 창립자 겸 CTO(최고기술경영자) 한신(韩鑫)은 칭화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첨단 선진 기술 전문가다. 그밖에도 젠24의 창립 멤버 중에는 알리바바, 징둥 같은 중국 대표 IT기업과 전통의 편의점 브랜드 로손(LAWSON), 세븐일레븐 출신이 적지 않다.

젠24의 비즈니스 모델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덕택에 기존 편의점 보다 체계적인 공급라인, 제품, 점원 관리가 가능해진 것. 관리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 상승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2017년 10월 25일, 젠24는 본사가 있는 상하이에 1호점을 냈다. 상하이에서 장강 삼각주(长江三角洲) 2선도시, 다시 중국 전역의 1~2선 대도시로 확장해 나간다는 꿈은 이렇게 시작됐다.

젠24 CEO 린제 [사진 젠 24 홈페이지 캡처]

젠24 CEO 린제 [사진 젠 24 홈페이지 캡처]

“온기 있는 편의점, 사람 냄새 나는 회사”

“저는 성미가 급한 사람입니다. 오늘 일은 오늘 안에 끝마치는 것을 좋아하죠. 일단 한다고 한 일은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젠24의 창립자 겸 CEO 린제는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이같이 자평한다. 부드럽고 온화한 태도의 소유자지만 본인 스스로는 급하고 엄격한 사람이라 말한다.

린제는 젠24 설립 전 O2O 유통 플랫폼 둬뎬(多点 DMALL)의 창립자 겸 CEO였다. 그러던 2017년 6월 둬뎬 공동 창립자 한신과 함께 회사를 떠나 상하이로 왔다. 무인 편의점 사업에 착수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 전부터 신소매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편의점 자체가 억 단위 시장인데다 2017년 무인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까지 등장했으니까요. 전 편의점 시장이 기존 시스템에서 정보화, 다시 스마트화를 거쳐 변화하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젠24가 린제의 첫번째 창업이다. 둬뎬의 경우 설립 초기 중국 대형 마트 우메이(物美)와 같은 화려한 지원군이 있었다. 창업자였지만 실제로는 전문 경영인의 느낌이 강했다는 것.

우메이 [사진 이매진 차이나]

우메이 [사진 이매진 차이나]

유통 분야에 몸 담으며 물류, 전자상거래, 공급체인, O2O 분야 노하우를 터득했다는 그는 “무인 편의점은 신산업으로 처음부터 개척해가야 하는 분야이고, 따라서 관련 기술과 오프라인 운영까지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린제에게 첨단 기술을 접목해 전통 유통업을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일은 도전이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설립 10개월이 지난 지금, 젠24의 제품 인식 정확도는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린 CEO는 2018년 4월 12일 열린 이방(亿邦) 2018 중국 스마트 비즈니스 대회에서 “직영점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 다양한 스타일의 가맹점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기 있는 편의점을 만들려면 우선 온기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 냄새 나는 편의점을 지향하듯, 회사도 그런 공간이었으면 한다. 사업이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일상이 무너지는 창업은 결코 건강하지 않다는 것. 회사 직원과 협력 파트너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젠24 창립자 린제의 최우선 가치다.

차이나랩 서유진,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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