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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임진강 집중호우 물난리 논란…어구 대부분 떠내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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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어구 대부분이 떠내려가 조업을 중단한 어선 4척이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석포나루에 장박해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어구 대부분이 떠내려가 조업을 중단한 어선 4척이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석포나루에 장박해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임진강 석포나루. 나루에는 0.5t급 소형어선 4척이 정박해 있고, 배 위에는 어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루 옆에는 강에서 건져 올린 폐그물만 잔뜩 쌓여 있고, 그물을 강에 고정해뒀던 닻 10여 개가 뭍으로 꺼내져 있다.

어민들 “상류 군남댐에서 수문 닫고 물 가뒀어야...” #“집중호우에 대사리 물때까지 겹쳤는데 이해 안돼” #‘어구 피해 예상된다’는 실시간 재난안내문자도 없어 #2년 전엔 북한댐 무단 방류로 어민들 같은 피해 #파주시 “자연재해로 확정되면 복구비 지원 예정” #군남댐 “이틀째 호우 이어져 수문 닫을 수 없었다”

나루에서 만난 어민 장석우(53)씨는 “지난 17일 오전 집중호우로 황복잡이 용 그물 10개가 모두 떠내려가는 바람에 배를 나루에 정박해 놓고 10여 일째 황복 조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그물값만 800여 만원의 손실을 보았다”며 “6월 초까지인 황복 피크 철에 조업을 못 하게 돼 피해가 막심하다”고 힘없이 말했다.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석포나루. 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물에 떠내려가 못쓰게돼 건져 올린 폐그물과 닻. 전익진 기자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석포나루. 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물에 떠내려가 못쓰게돼 건져 올린 폐그물과 닻. 전익진 기자

장씨는 “이틀에 걸쳐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퍼붓는 상황에서 임진강 상류 연천군 군남댐(홍수조절지)에서 일시적으로 댐 수문을 닫아 물을 가둬뒀더라면 어민들이 그물의 일부나마 거둬들일 수 있었는데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는 “게다가 파주시와 군남댐 측에서 이날 오전 6시 호우주의보 발효, 군남댐 수위 상승 등의 문자 메시지만 보내왔을 뿐, 어구와 선박 대피 등에 대한 안내 문자나 연락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인해 때아닌 물난리를 당한 파주 임진강 어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어민들은 “이날 새벽 집중호우로 100여 명 어민의 어구 대부분이 물에 떠내려가거나 파손되고, 어선 4척이 부서져 수억원의 재산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석포나루. 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물에 떠내려가 못쓰게돼 건져 올린 폐그물을 한 어민이 정리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석포나루. 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물에 떠내려가 못쓰게돼 건져 올린 폐그물을 한 어민이 정리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어민 장석진(54)씨는 “오전 6시 호우주의보가 발효됐지만 이미 새벽부터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 어구가 떠내려가는 상황이었다”며 “자연재해로 인한 물난리이긴 하지만 강의 수위 정보에 대한 군남댐과 지자체 등의 정확한 실시간 정보가 어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강 어민들은 앞서 2년 전에도 북한 황강댐의 무단방류로 어구가 모두 떠내려가는 바람에 수억원의 재산피해를 본 악몽을 떠올리며 실의에 잠겨 있다. 임진강에서는 2016년 5월 16일 오후 10시 50분과 17일 오전 1시 등 두 차례에 걸쳐 북한댐에서 초당 400t가량의 물을 예고 없이 방류하는 바람에 어구가 대부분 떠내려가는 피해를 입었다.

임진강 피해 집중 지역 위치. [중앙포토]

임진강 피해 집중 지역 위치. [중앙포토]

어민 함기철(54)씨는 “이번 물난리로 어구 피해도 크지만 1년 어획고의 70∼80%를 차지하는 제철을 맞은 황복과 실뱀장어, 웅어 등이 하류로 쓸려 내려가 어민들의 생존이 걸린 봄철 조업을 완전히 망친 상황”이라며 “어민들이 누굴 믿고 생업에 편안하게 종사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암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어민 이순찬(60)씨는 “물난리가 난 지난 17일 새벽에는 바닷물이 가장 많이 밀려들어 오는 ‘대사리 물때’였던 데다 호우 특보 상황이었던 만큼 군남댐 측에서 일시적으로 수문을 닫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했더라면 하류 지역 임진강의 집중호우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통해 현재까지 집계된 어민들의 어구와 어선 피해액은 75개 어가에 1억41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시는 자연재해로 인한 어민 피해로 확정될 경우 자연재해대책법 규정에 따라 어구 등에 대한 피해복구비를 지급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주시에 따르면 물난리가 난 지난 17일 오전 3시 파주 문산지역에는 시간당 14.5㎜의 폭우가 내렸고, 파주시 강수량은 16일 54㎜, 17일 74.5㎜를 각각 기록했다. 시 관계자는 “이 정도 강수량을 놓고 볼 때 이번 물난리가 자연재해로 인한 것인지 또는 상류 군남댐의 방류로 인한 것인지가 불분명해 현재 경기도에 의견을 구하고 있는 상태”고 설명했다.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석포나루. 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물에 떠내려가 못쓰게돼 건져 올린 폐그물을 한 어민이 정리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석포나루. 지난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물에 떠내려가 못쓰게돼 건져 올린 폐그물을 한 어민이 정리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군남댐 관계자는 “지난 16일 군남댐 일대 연천에는 70㎜의 비가 내린 가운데 17일 새벽에도 호우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평시(수문 13개 중 7개 개방) 상태 그대로 수문을 개방해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정확한 강수량 파악이 어려운 북한지역에도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문을 닫기는 어려운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임진강 어부들은 “2년 전 북한댐의 무단방류로 인한 물난리 당시 정부나 지자체, 군남댐 등 어디로부터도 단 한 푼의 보상을 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 데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어민 피해 예방을 위한 관계 당국의 세밀한 재난대응 매뉴얼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힘없는 어민들만 고통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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