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앞날 대체로 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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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연말까지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7%에 달할 것이며 원화는 연말까지 15%가 올라 달러 당 6백80원 선까지 절상되고 경상수지 흑자는 1백1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세계적인 경제예측기관인 미국의 와튼 계량경제연구소(WEFA)가 7월 호「세계경제 동향보고서」에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또 한국경제가 원화 절상과 임금인상의 영향을 받아 특히 노동집약 산업부문이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한국정부가 자본집약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어 전체적인 성장 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이 보고서를 간추린 내용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수출 증가와 활발한 투자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이 11·1% 증가했다.
그중 제조업은 16·4%의 성장률을 기록, 전체 성장을 주도했지만 농업부문은 4%가 감소했다. 올 1·4분기에는 경기가 더욱 좋아져 GDP 성장률이 15%를 기록했다.
노사분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문제점으로 등장했으나 5월까지 1일 평균 파업발생건수는 5·6건으로 이는 지난해 하반기 19·7건에 비하면 3분의1이상 줄어든 숫자다.
폭력을 수반한 노사분규도 거의 없었다.
이 같은 분규를 거치면서 섬유·봉제·신발 업계는 10∼14%, 자동차·전자·조선업계 등에서는 10∼15%의 임금인상에 노사가 합의했다.
대외 거래에서는 대미 무역흑자와 대일 적자감소가 두드러졌다.
한국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외화절상과 대미 무역흑자감소의 압력을 받고 있으며 미국상품에 대한 급속한 시장개방 등으로 7년만에 처음으로 올 1∼3월간 대미 무역흑자가 4·1% 감소했다. 대일 무역적자는 한국상품의 대일 수출증가에 힘입어 29%나 감소했다.
물가는 1월에서 5월 사이 상승률이 연 율로 7·3%를 기록, 정부의 억제 목표선인 6%를 넘어섰다.
연말까지는 억제 목표 선을 약간 넘어선 7%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정부가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이고 인플레를 억제하는 일 백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소비재상품의 수입을 자유화하고 관세를 낮추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1993년까지는 현행 18·1%의 평균 판매율을 7.1%로 낮출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이주로 농산물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대미 시장개방은 농민을 희생시켜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출 억 재부문 노동자에게 이익을 주게 되고 이는 소득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기업의 해외투자도 늘어났다. 지난해 3억9천7백만 달러를 기록,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투자한 총액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국내의 높은 이자율과 원화의 절상, 증시 활 황 등으로 국내투자가 아직은 해외투자보다 유리한 점이 많아 해외투자가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전반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매우 밝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도 성장할 것으로 보여 미 일 경제와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의 금년 GDP 성장률은 10%에 이를 전망이다. 유럽 시장에의 수출증가도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한국은 이제 외교관계가 없는 중국·베트남·동구권과의 교역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원화 절상은 한국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나 한국이 원가 면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는 일본시장이 한국상품에 개방될 전망이어서 수출은 건실한 성장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 말까지 무역흑자는 89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올림픽을 전후해 관광과 운송부문의 수입이 증가, 경상수지 흑자는 1백1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외채는 올 연말까지 2백89억 달러로 줄일 수 있게 된다. (경제기획원은 금년 경상수지 흑자를 95억 달러로 전망하고 외채는 3백10억 달러로 줄일 예정)
원화는 올해 말까지 연초보다 15%절상된 달러 당 6백80원 선이 될 것이다. 한국은 원화 절상이 수출에 타격을 주지 않는 한 계속 절상시킬 예정인데 이는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이고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장기적으로 원화 절상의 영향을 받아 섬유, 신발 업계 등 노동집약 산업부문이 여타 아시아 경쟁국과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하지만 이들 아시아국가중 한국처럼 방대한 규모로 기술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나라가 없어 별 문제가 없다.
임금인상도 한국에 불리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한국정부가 자본집약적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고 생산성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어 한국경제의 앞날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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