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지 않았던 캡틴 손, 품격까지 더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말로는 표현이 안 됐어요. 더 책임감을 느꼈어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감사'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다. "팬들, 관계자들, 스태프, 감독님,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처음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주장을 맡아 경기를 뛴 것에 대한 감회를 '감사함'으로 표현했다.

이날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휴식으로 대신 주장을 맡았던 '캡틴 손'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동료들을 조율했다. 후반 15분엔 팽팽했던 '0의 균형'을 깬 호쾌한 중거리포로 선제골까지 터뜨려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를 지켜봤던 기성용도 "흥민이가 주장 임무를 잘 수행했다"고 칭찬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대표팀에서 처음 주장을 맡았지만 경험을 수차례 한 것처럼 어색하지도 않았다. 선제골을 도우면서 A매치 데뷔전을 인상적으로 치른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에 대해 손흥민은 "승우가 활기차게 공격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아직 어린 선수다.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그 선수가 발전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공격 전개 상황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를 이야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는 "전반에 우리가 상대의 공을 뺏고 빠르게 역습해서 나나 황희찬이 빠른 템포로 공격을 전개했을 텐데, 그게 잘 이뤄지지 못해 아쉬웠다. 후반 들어 미드필더로 나선 두 형(주세종, 정우영)이 전진 패스하면서 좀 더 나아졌고, 골 넣는 상황에선 승우가 이전에 잘 해줘 분위기 전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기회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기회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대표팀 에이스라는 타이틀에다 주장이라는 역할까지 더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법도 했지만 그만큼 품격도 더 느껴졌다. 손흥민은 "이번 승리에 결코 자만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승리를 통해 더 배워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상대 팀들도 더 많이 준비할 것이다.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번 평가전이 메인 무대가 아니라 월드컵이 메인 무대다. 오늘 잘 했다고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도 2~3배 더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A매치 64경기를 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도 했다. 그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국내 최종 평가전 튀니지전에서 0-1로 패했던 걸 떠올리면서 "그때 월드컵 출정식에 좋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 그런 걸 잘 생각해야 한다. 온두라스전보다 더 잘 준비해 많은 팬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후반 경기 도중 슈팅이 빗나간 뒤 엄지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후반 경기 도중 슈팅이 빗나간 뒤 엄지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손흥민은 "성용이형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 손흥민을 향해 기성용은 "앞으로 대표팀에서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라며 미래의 '캡틴 손'을 기대했다.

대구=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