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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 부활, 대학까지 무상교육 … “황당 공약” vs “신선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전남 순천시장 선거전에서는 조선시대 감찰제도인 ‘암행어사’가 공약으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허석(53)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 암행어사를 임명, 부서별로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수시로 들여다보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임명된 암행어사에게는 ‘마패’도 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청렴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공익신고제도도 운용되는 마당에 자칫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이색공약 봇물 #지역 소재 대기업 취업 약속도

충북 청주에서는 ‘대기업 취업’도 약속됐다. 충북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조영태(57) 후보다. 그는 LG화학·녹십자·유한양행 등 지역에 입주한 대기업에 지역 특성화고 출신 학생이 우선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과의 협의도 없이 나온 공약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제7회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현실적인 공약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주의식의 공약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재원마련에 대한 방안 없이 선물 보따리식으로 풀어만 놓는 공약의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법률소비자연맹 전국지방자치모니터단이 지난달 발표한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현 민선6기)의 공약 이행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평균 70.72점(100점 만점)에 불과했다.

전북 완주군수 선거에 출마한 민주평화당 박재완(50) 후보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꺼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돈이다. 50억원 안팎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완주군의 한해 지방세(863억1500만원·2016년도 결산 기준) 규모와 비교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민중당 김창현(55) 울산시장 후보는 전국 최초의 초·중·고 완전 무상교육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에 4000억원 안팍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도 결산 기준으로 울산시 채무(5460억원)의 상당수를 갚을 수도 있는 규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두루뭉술한 이야기는 공약이 아닌 정책 아이디어일 뿐이다”며 “어떻게 실천하고 재원을 마련할 지가 담겨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들은 이목을 끌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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