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차선무시 지그재그 질주|과속·난폭 운전 판친다|교통질서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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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의 교통혼잡은 새삼 말할 것도 없지만 요즘은 지방교통질서마저 실종된 느낌이다.
총알택시·난폭 운전은 물론 아예 차선까지 무시하는지 오래다.『모로 가도 가기만 하면 될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마구잡이 운전이 판을 친다.
올림픽 요트대회·축구예선전이 열리는 부산시는 이 때문에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올림픽기간 중 68개국의 선수와 임원이 상주하고 하루평균 외국인 관광객 등 5천여 명, 내국인 관광객 2만 여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시의 도로 율은 11·6%.

<사망률 63 % 증가>
서울 17·3%,대구14·1%,대전 17·6%에 비해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안전성·효율성·쾌속 성 등에서도 부끄러울 정도다.
사고율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로 올 들어 7월말 현재 2만3천6백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2백52명이 숨지고 1만4천5백13명이 부상했다. 하루 평균 1명 이상이 길거리서 교통사고로 숨지고70명씩 다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천9백3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1백54명이 숨지고 1만1천6백94명이 부상한데 비해 25%정도가 늘어난 숫자다.
2일 업무 차 부산에 처음 왔다는 미국인「제임스」씨(52·로스앤젤레스 거주) 는『김해공항서 부산시내까지 들어오며 간이 콩알만해졌다』는 것『택시가 2차선 공항 로에 들어서면서 총알같이 달리는 데다 맞은편에서 골재를 가득 실은 대형트럭들이 더욱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 아예 눈을 감고 왔다』고 고개를 절래 흔든다.
『시내에서 과속은 보통이고 차선까지 무시, 대형트럭·버스 사이를 지그재그로 헤집고 달려 등골이 오싹했다』고 한다.
부산시경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교통사고 발생률은 지난해보다25 %늘어 난데 비해 사망률은 무려 63%가 증가, 올해 들어 더욱 심해진 과속이나 마구잡이 운전이 사고

<캠페인 효과 없어>
발생 땐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관계로 한달 평균 10일 가량 부산에 머문다는 일본인「가네야마」씨(56·시모노세키 거주)는『올림픽을 앞두고 학생·공무원·각급 기관에서 교통질서확립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보았지만 운전사들의 호응은 별로 눈에 띄지 않은 채 날로 질서가 혼란스러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호응이나 질서의식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지적이다.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로 중앙로 에서 교통량조사를 하고 있는 윤애자 양(21·경성대영문과2)은『도로변에 서 있으면 1시간 가량만 지나도 귀가 멍멍해진다』고 불평했다.『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서로 먼저 가려고 클랙슨을 마구 울려 대고 각종차량들은 경주라도 하듯 차선도 없이 멋대로 달리는 거예요. 이 때문에 교통소음이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에 달한 것 같다』고 윤 양은 운전사들의 질서의식을 나무랐다.
올 들어 7월말현재 경찰이 법규위반으로 단속한 차량을 보면 차선위반이 1만6천9백23건, 신호위반 6천11, 속도위반 3천4백40건, 주·정차위반 3만8천2백75건 등으로 하루평균 5백50건 골로 위반차량을 적발하고 있다.

<도로 시설도 미흡>
트럭운전사 이필상 씨(41·부산시감전동)는『도로가 좁고 시설이 미흡해 운행질서를 지키노라면 다른 차에 막혀 꼼짝달싹 못하게 될 때가 많다』며『다른 차들의 추월과속이 워낙 심해 덩달아 추월을 일삼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의 단속소홀·시민들의 무단횡단·잡상인들과 차도침범 등도 교통질서「실종」을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 교통기획과 허남식 과장은『부산시를 비롯, 지방도시의 도로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운전자들의 교통질서 의식마저 희박해 지방에선 누구나 멋대로 운전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하고『캠페인·각종 홍보 물을 동원해 시민들에게 교통 질서 바로잡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나 호응이 적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단속경찰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제멋대로 운전하는 교통질서 실종상태인 지방교통.
올림픽을 앞둔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질서 지키기 역시 시민올림픽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모두의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부산=문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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