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식 테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0년대 우리사회엔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에 대한 테러사건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6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심야 테러사건」이라는게 있었다.
9월 어느 날 밤 당시 D방송 제작과장 이었던 조모 씨가 자칭 『시경에서 왔다』는 4명의 괴한에게 납치되었다.
그는 서울 성수동 집에서 멀리 떨어진 장위동까지 끌려가 괴한들로부터 턱, 가슴, 옆구리, 무릎 등을 무수히 구타당한 채 길거리에 내팽개쳐졌다.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그 괴한들은 검은색 지프를 몰고 왔다. 그들은 도중에 차가 고장났다고 하며 조씨를 내려 밀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왜 협조 안 하느냐』, 『최루탄이 어떻게 되었어』하는 폭언과 함께 구타를 시작했다.
그들은 『내일 떠들면 가만히 안둔다. 영장을 가지고 와 정식 구속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사건이 난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용의자는 단 한 명도 잡히지 않았다. 신문이 연일 보도하고 여론이 들끓자 당국은 검찰과 군·경의 합동수사반을 편성, 수사한 결과 범인들은 특수 부대원으로 사건 후 모두 월남에 전출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그들을 소환하여 심문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사건은 결국 유야 무야 되고 말았다.
테러사건이란 대부분 이처럼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다.
우리사회의 각종 테러사건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사람을 『꼭 죽이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혼좀 내주겠다』는 것이 기본 패턴이다. 그래서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않은 채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둘째는 테러범이 결코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 서너명이 한 조가 된 「특수집단」이 등장한다. 그리고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차량이 동원된다.
셋째는 사건이 아무리 확대되고 여론이 들끓어도 수사의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 범인은 수사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은폐되어있다. 그래서 시간을 끌고 난 다음 종국적으로는 「영구미제」사건으로 공중분해 해 버린다.
최근 일어난 중앙경제신문의 오홍근 사회부장 사건도 60년대식 테러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차량을 이용한 집단이며 「기관」을 사칭한 점, 사건 1주일이 넘어도 용의자 한명 나타나지 않는 점등이 모두 그렇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