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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왜 그러는거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통일을 위한 청년학도의 진군에 역사적 시간이 왔읍니다.』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도, 앉아만 있을 수도 없읍니다.』
30년만의 「살인더위」 가 서울을 휩쓴 10일 오후3시30분 고대 교양관 앞에선 대학생「통일선봉대원」2백여 명이 「출정식」을 진행했다.
1천명이 모여 있어야할 자리에 2백 여명만 모이게 된 것은 국토순례대행진과 8·15학생회담 자체를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한 불순행위」로 간주, 경찰이 원천봉쇄로 학생들의 집결을 막았기 때문.『우리는 20세기 최후의 「빨치산」입니다. 뜨거운 날씨에 우리의 열기를 더해 타오르는 불꽃으로 「적」 들을 응징하고 전체시민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립시다.』
「결사의 전의」를 다짐하는 통일선봉대원 학생들은 스스로를 최후의 「빨치산」이라고 했다.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전의에도 불구하고 고대를 둘러싸고 있는 1천8백 여명의 경찰 봉쇄 망은 뚫을 수 없는 벽.
세부리를 판단한 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경찰과의 일전을 피해 하나 둘씩 뒷산을 넘어 광화문과 명동으로 향했다.
오후5시 정각, 세종로 네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앞.
『학생회담 원천봉쇄, 7·7선언은 기만이다.』
통일선봉대원 1백 여명이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순식간에 경찰에 연행되었고 줄을 선 차량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넓은 도로를 가로질렀다.
『저 학생들 왜 그러는거요.』「민중」을 내세우는 학생들에 의해 역사의 주체라기 보다 「홍보대상」이 된 시민중의한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과연 무엇을 위한 열성인지 제 주장만 앞세우는 흐름에 시민들의 반응은 마냥 냉담하기만 한 느낌이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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