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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만 불러라?’ 재판 불출석한 MB 향한 재판장의 일침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다스 자금 횡령과 각종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재판에 불출석한 가운데,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의 태도를 강하게 질책하고, 앞으로 모든 재판에 나올 것을 명령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정식 공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장은 "피고인이 안 나온 만큼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12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이 어렵다는 직접 불출석 사유서를 적어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다만 재판부에서 피고인에게 직접 확인할 게 있어 사전에 출석을 요청하면 법정에 나오겠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통해 출석을 요청하는 동시에 구치소 측에 소환장도 보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재판장은 변호인단에게 "출석을 요구했는데도 출석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은 뒤 "피고인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는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 지난 재판에서 본 바로는 여기까지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건강상태는 아니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의 법 위반 태도를 질타했다.

재판장은 "피고인께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법질서나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께서 법률적인 의무나 이런 부분을 다 알고 불출석을 결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라며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실제 그런 생각으로 불출석하겠다는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며 "오늘은 피고인이 안 나온 만큼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재판을 마무리했다.

재판장은 마지막으로 "증거조사 기일은 실질적으로 사실관계를 다투는 기일이라 피고인으로서도 직접 보고 다투는 게 방어권 행사에 도움될 것"이라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 기일에 출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매 기일 출석을 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피고인이 이런 사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도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낸다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재판 직후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재판장의 명령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 변호사는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권리도 있고 의무도 있다고 해석하는데, 우리와는 법률 해석상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법정에 나가서 스스로 변론할 기회를 갖겠다는 것은 자기 권리이고,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 역시 자유의사 아니냐"고 강조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례를 언급하며  "그쪽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이 출정을 거부하면 불출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재판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대통령도 증거 기일에 못 나가겠다 하면 더는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형사소송법 276조(피고인의 출석권)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판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구속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277조2에 규정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이 조항에 따라 궐석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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