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 20% 고수익? 쉽게 믿다간 낭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직장인 김모(30)씨는 결혼을 6개월 앞두고 P2P(개인 간 거래, Peer to Peer) 금융업체를 알게 됐다. 해당 업체는 추첨을 통해 크루즈 여행권, 오피스텔 등 고액 경품을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김씨는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로 결혼 자금을 불리려는 생각에 P2P 투자를 결심했다. 하지만 업체 직원이 투자금을 떼먹으면서 김씨는 낭패를 봤다.

P2P 대출시장 투자 주의보 #온라인으로 투자자·수요자 중개 #P2P 연계 대부업체 2년새 11배 #대출 연체·부실률 갈수록 눈덩이 #법적 보호장치 없어 … 잘 따져봐야

직장인 이모(38)씨는 연 20%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P2P 업체의 홍보에 귀가 솔깃했다. 이씨는 은행에서 마이너스 대출까지 받아 P2P 업체가 주선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 대상이 된 건축물은 아직 공사를 시작도 하지 못했다. 결국 이씨는 고수익은커녕 원금조차 돌려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P2P 대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부 업체의 허위·과장 광고와 부실 대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2P 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지난 2월 말 현재 2조7400억원에 달했다. 2015년 말(373억원)보다 70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P2P 연계 대부업체는 2015년 말 17곳에서 지난 2월 말 188곳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P2P 대출은 은행 등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돈이 필요한 수요자(차입자)와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거래다. P2P 업체는 중간에서 거래를 성사시켜 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2005년 영국에서 시작했고, 이후 미국·중국 등에서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관심을 끌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3~4월 P2P 연계 대부업체 75곳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벌였다. 현행법에선 금감원이 직접 P2P 업체를 규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해당 업체의 자회사인 대부업체를 찾아간 것이다.

금감원이 분석한 75개 사의 평균 부실률(90일 이상 연체)은 6.4%, 연체율(30~90일 연체)은 2.8%에 달했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은 연체율(5%)과 부실률(12.3%)을 합쳐 17.3%로 집계됐다. 예컨대 투자자가 1000만원을 맡겼다면 그중 173만원은 원금회수가 불확실한 상황이란 뜻이다.

이성재 금감원 여신금융검사국장은 “부실률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점검 대상 75개 사 중 10개 사에서 24억원의 투자자 손실이 실제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는 평균 14.9%로 제도권 금융회사의 중금리 대출 수준이었다. 유형별로는 부동산 담보대출과 PF 대출이 6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개인 신용대출의 비중은 11.6%였다.

다세대 주택 등 부동산 신축사업에 134억원의 대출 잔액을 보유한 헤라펀딩이란 P2P 업체는 최근 부도를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한국P2P금융협회에서 제명된 펀듀라는 업체는 215억원의 대출 잔액을 남기고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P2P 업체는 정식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위험은 투자자의 책임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국장은 “막상 사기 사건이 발생해도 금감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투자자들이 가서 보면 이미 사기범들은 도망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통해 개인의 1인당 투자 한도를 업체당 2000만원(단, 부동산·PF 대출은 1000만원)으로 제한한다. 금감원은 P2P 연계 대부업체가 금융위에 등록했는지, 가이드라인은 잘 지키는지 등을 확인해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법률상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는 P2P 업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법안 3건이 제출돼 있다. P2P 업체는 온라인 대출중개업자로 보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기준하 입법조사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 보호와 해당 산업의 성장을 위한 균형적인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