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해외유학 실패하기 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해외유학의 길이 넓어지고 경제적으로 유학비 부담능력을 갖춘 계층이 늘어나면서 외국유학 지망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해외유학을 삼가고 대학원과정 진학자들이 해외유학의 주축을 이루게 유도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관심을 모은다.
연세대 김난수 교수는『연세교육연구』 최근호에 발표한 「대학생 해외유학연구」에서『교육의 국제교류는 이제 규제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할 시점이지만 해외유학에는 상담한 비용이 드는 만큼 적은 비용을 들이고 교육 및 연수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유층에서 원하는 국내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자녀들을 일단 해외로 내보내는 「퇴행성 외국유학」은 사회적 위화감조성이라는 측면 외에도 이들이 적절한 예비교육 없이 무조건 한국을 떠날 경우 개인적·사회적으로 갖가지 문제를 일으킬 우려도 높다는 것이다.
사실상 해외유학생들의 여권발급전 교육을 맡고있는 한국학술진흥재단 측에 따르면 대학졸업자에 대한 유학시험이 면제된 지난 5월이래 이 교육을 받으러 오는 유학지망생들이 매주 3백명 정도로 종래 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심지어 외국대학의 입학허가서도 받지 않은 채 일단 외국에 가서 부닥쳐보겠다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학술진흥재단 국제부 홍사명 부장은『유학생활을 막연히 낭만적인 것으로 낙관하면서 무작정 떠났다가 도중에 좌절, 포기하는 사례를 막으려면 해외유학에 앞선 본격적 상담 및 지도가 아쉽다』고 말한다.
현재의 4시간 짜리 해외유학생 교육프로그램 중 그나마 유학생활과 직접 관련된 내용은 1시간뿐이다.
한국의 해외유학생수는 80년에 약1만3천명 정도이던 것이 84년에는 2만명을 넘어섰고 자비유학을 위한 유학시험을 실시하는 중앙교육평가원에 따르면 86년에는 응시자가 8천명 남짓하던 것이 87년에는 1만명을 넘어서는 등 해외유학의 뚜렷한 증가추세를 반영하는 자료는 수없이 많다.
일부 유학알선 업체들이 상업성만 앞세워 외국의 문교당국이 학력을 인정하지도 않는 대학으로 한국 유학생들을 보내는 바람에 5백명도 채 안 되는 전교생 가운데 80명 이상이 한국 유학생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국제청년 학생교류회 장익현 과장은 『어학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해외유학이 가능하다며 무분별한 유학을 부채질하는 상담소들을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또 유학희망자 자신이 우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유학 가려는 나라와 전공분야 및 그 대학에 관해 충분히 알고 나서 떠나야한다고 충고한다. 【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