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없는 한 대반전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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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월 중반 이후 기대>
8월의 장세가 시작부터 매우 어둡다.
연 5일의 내림세로 종합주가지수가 6백80선까지 밀렸고 거래량도 줄어드는 등 증시가 탄력을 잃고있는 모습이다.
당초 8월 장세를 낙관적으로 보던 전문가들은 매우 머쓱해하는 표정들이지만 아직까지는 8월 중반 이후에 장이 한번 서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들을 갖고있다.
8월의 증시전망을 그런 대로 낙관한 것은 7월말∼8월초에 집중됐던 증권회사의 유상증자납입이 끝나고 이에 따라 상품매입과 사용한도가 늘어나 추가수요가 기대되는 등 증시의 수급이 수요우세폭으로 돌아설 것이라는데 주로 이유를 두었었다.
당초 증권사의 분석을 보면 공급측면에서 유상증자 약 1조6천5백억원, 기업공개 약 2천억원, 미수금정리 2천여억원, 통화안정증권 5천억∼1조원 등 약 2조5천억∼3조원 정도로 잡았고 이에 비해 수요측면에서는 고객예탁금약 1조6천억원과 증권사유상증자에 따른 상품매입 및 신용한도확대로 약 1조4천억원, 여기에 환매채와 BMF 1조5천억원 등과 기존한도에서의 여유분 등을 합치면 약 5조원에 이른다고 보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수급예상은 당장 통안증권발행부터 크게 엇나가기 시작했다.
통화관리를 위해 8월중에만 만기상환 및 신규발행을 합쳐 무려 2조6천억원의 통안증권이 발행될 계획이고 이는 어차피 제2금융권에서 떠 안아야 할 판이어서 증자납입에 따른 자금여유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급예상에 큰 차질이 생긴 셈이다.
또 정부의 억제방침에도 불구,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부동산열기가 증시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느낌도 있다.
여기에 정국경색우려, 미국의 종합무역법안 통과 등도 장세약화에 한몫을 거들고있다.
미수금정리의 여파도 매우 거셀 것으로 보인다. 금액으로 2천억원 남짓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무역·철강에 집중되었고 단기간에 쏟아 내야할 것으로 보여 그나마 시장을 주도해왔던 이들 업종의 주가상승에 큰 제약요인이 될 게 분명하고 이는 결국 주도주 상실에 따른 전반적인 장세약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종합주가지수가 6백80선에서 버팀선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양외 요인이 돌출하지 않는 한 당분간증시의 대세전환은 힘들 것 같다는 우려가 지배적인 분위기다.

<객장 손님발길 뜸해>
8월 들어 내리 5일이나 주가가 급락하는 무기력장세가 계속되자 각 증권회사 객장에는 평소의 절반 가량인 20∼30명의 신규 소액투자자들이 나와 전광판을 통해 떨어지기만 하는 주가를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등 썰렁한 분위기.
객장에 나온 투자자들은 『정부에서 증시를 죽이려고 하느냐』 『정부정책을 믿고 따라왔더니 이 꼴이 되고 말았다』 『8월장세가 장밋빛이라더니 대세가 꺾이지 않았느냐』며 창구직원을 붙잡고 볼멘 소리로 항의하기도.
자금력과 정보 면에서 훨씬 앞서는 전문 투자자들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상투잡이를 하고 있는 소액투자자들은 양이 빠지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방관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북한이 올림픽참가 의사를 굳혔다』 『북한에 2O억달러 무상원조를 주기로 했다』는 등의 근거 없는 루머가 나돌아 큰장이 다시 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신문사 등에 사실유무를 확인하느라 애를 태웠다.
한편 지수 7백선이 힘없이 무너진 4일에 이어 5일 오후에도 투자자 1백여명은 명동증권가에 모여 ▲싯가발행할인율 축소반대 ▲부동산 투기억제 강화 ▲재무부장관 퇴진 등 6개항을 요구하며 2일째 시위를 벌였다.

<미수금 강제정리 반발>
지난 1일부터 각 증권사의 미수금 강제정리가 실시되자 증권업계에서는 주가가 빠지는 상태에서 『불난 데 기름지고 들어가는 격』이라며 거세게 반발.
반면 증권감독원은 『차체에 그릇된 투자거래 관행은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며 『화장지 값도 아니고 시간마다 가격의 등락이 심한 주식상품은 당연히 맞돈을 주고 사는 게 원칙』이라고 미수금정리에 단호한 의지를 보여 주목. <박태욱·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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