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했던 기업은 감점…공적자금 기업 매각기준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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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주가 조작.조세 포탈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회사들은 앞으로 대우건설.대우인터내셔널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불이익을 받는다. 이에 따라 최근 분식회계가 드러난 두산그룹의 경우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경쟁사보다 가격을 크게 높이지 않는 한 인수대상자로 선정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또 공적자금 기업을 매각할 때 가격만 보는 게 아니라 향후 경영전략과 노사관계, 이해관계자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자산관리공사는 1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이런 내용의 '기업 매각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매각 투명성을 높이고 매각 기업의 중장기 발전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인수 대상자를 뽑을 때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가격(67~75점) ▶비가격(25~33점) ▶감점(10점 이내)의 3개 부문을 함께 고려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

비가격 분야에선 자금 조달과 경영전략.노조 문제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 특히 자금 조달과 관련해 인수 후 합병이나 주식 재매각 등을 제한해 애초 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감점은 분식회계.배임.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적용하며,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회사까지 평가한다. 다만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시점을 기준으로 5년까지 연도별로 점수를 차등해 깎을 계획이다.

이런 원칙은 자산관리공사가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인 대우건설은 물론 공사가 최대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지분율 35%).쌍용건설(38%) 등에 우선 적용된다.

공사 지분이 있지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이거나 공사가 최대주주가 아닌 대우조선해양.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정밀.새한.남선알미늄 등은 산업.우리은행 등 주채권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새 매각 원칙을 반영할 계획이다. 공사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인수 희망자에게 이런 원칙을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감점 원칙 등 기업윤리와 관련된 사항은 계량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해관계자 범위도 분명치 않고, 불법을 저질렀어도 가격만 높게 쓰면 얼마든지 인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사의 김우석 사장은 "일단 큰 원칙을 밝힌 것"이라며 "개별 기업을 매각할 때마다 상황에 맞는 세부 기준을 만들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심사를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사는 대우건설 매각 일정에 대해 "노조 저지로 실사가 지연된 만큼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5월 말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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