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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무너진 군사력은…中 맞먹던 대만軍은 왜 몰락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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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  

대만의 옌더파(嚴德發) 국방부장(장관)은 지난 15일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만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차세대 전투기를 선택할 때 단거리 이착륙과 스텔스 기능이 필수적이라면서 “F-35 구매는 고려 대상으로 선택 사항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옌 부장은 대만의 유력지인 쯔유스바오(自由時報)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F-35 구매 의사를 전달했고, 미국이 F-35의 대만 판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 ‘자주국방’ 강조

대만군이 요즘 무기도입에 부쩍 나서고 있다. F-35를 비롯해 F-16 전투기, M-1 에이브럼스 탱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등 각종 미국 무기가 대만군 쇼핑 리스트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군에 최신 무기를 팔 생각이 있다. 또 자체적으로 전투기, 훈련기, 지대공 미사일, 스텔스 탐지용 레이더 방공미사일, 방공 구축함, 잠수함 등을 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군사 전문 자유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대만군은 전투기와 잠수함 보유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육군 장병이 지난달 열린 훈련에서 CM-32 장갑차에 오르고 있다. 이 장갑차는 대만이 자체 개발한 것이다. [EPA=연합]

대만 육군 장병이 지난달 열린 훈련에서 CM-32 장갑차에 오르고 있다. 이 장갑차는 대만이 자체 개발한 것이다. [EPA=연합]

대만이 이처럼 국방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대통령)의 자주국방 정책 때문이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12월 29일 “자주국방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며 우리가 매일 전력으로 실행해야 할 일상적 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년 국방예산을 합리적 범위안에서 꾸준하게 증액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정부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까지 끌어 올리려는 계획이다. 올해 대만 국방비는 GDP의 2.05%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2.4%(2018년도 예산 기준) 수준이다.

심화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 

차이 총통의 자주국방 정책 배경엔 중국의 위협이 있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 소속의 차이 총통이 2016년 5월 집권한 뒤로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대만을 협박했다. 지난 11월 중국 공군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최신예 전투기 Su-35와 H-6 폭격기, Y-8 전자전기 등을 동원해 대만 주변 공역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정보 소식통은 “이 훈련에 중국이 독자 개발한 J-20 스텔스전투기도 참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공군기들은 대만 남쪽 바스 해협을 지나 일본 오키나와(沖繩) 남쪽 미야코(宮古) 해협까지 비행한 뒤 귀환했다. 대만을 빙 둘러간 것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인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대만은 대만 해협을 두고 중국과 마주 보는 서부에 군사력을 집중했다. 중국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만의 동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했다”고 설명했다.

J-11과 함께 훈련 중인 중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조종석. 중국 공군은 지난 10일 J-20을 해상 실전훈련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대만섬 포위 비행에 J-20가 참가했다는 정보가 나온다. [신랑군사망 캡처]

J-11과 함께 훈련 중인 중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조종석. 중국 공군은 지난 10일 J-20을 해상 실전훈련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대만섬 포위 비행에 J-20가 참가했다는 정보가 나온다. [신랑군사망 캡처]

지난달 18일에는 중국 해군이 중국과 가장 가까운 대만 영토인 진먼(金門)섬에서 65km 떨어진 푸젠(福建)성 앞 해상에서 실탄훈련을 진행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억제”라고 전했다. 1월 16일에는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이 대만 해협을 유유히 통과했다.

중국과 군사력 차는 얼마나 되나 

중국군의 강한 압박에 대만군의 대응은 역부족이다. 중국군과의 군사력 격차가 너무 큰 데다 대만군의 무기성능이 떨어지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만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이 없다. 잠수함은 1980년대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하이룽(海龍)급 잠수함 2척이 전부다. 잠수함 2척이 더 있긴 하나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쓰던 것이라 지금은 훈련용에 불과하다.

대만 육군의 행군 모습. [EPA=연합]

대만 육군의 행군 모습. [EPA=연합]

대만 육군의 주력 탱크인 CM-11는 2.5세대(한국의 주력 탱크인 K-1은 3세대)다. 대만 공군이 그나마 형편이 좋은데, 주력 전투기인 F-16과 미라지 2000은 당장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게다가 중국군은 핵무기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대만군은 중국군에게 ‘게임이 안 되는 수준’이다.

대만 해군의 소중한 잠수함 전력인 하이룽함. 모두 2척이다. 그러나 1980년대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대전에 적합치 못하다는 평가다. [EPA=연합]

대만 해군의 소중한 잠수함 전력인 하이룽함. 모두 2척이다. 그러나 1980년대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대전에 적합치 못하다는 평가다. [EPA=연합]

그래서 대만으로선 전력 증강 사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윤석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만군은 잠수함, 전투기, 탄도미사일방어망에 올인하고 있다“며 ”이 세 종류의 무기만 있으면 적어도 중국에 맞설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13일 열린 해군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차이 총통이 탑승한 대만 구축함은 지룽(基隆ㆍDDG-1801)함이다. 이 구축함은 1990년대 미 해군에서 퇴역한 것을 대만이 사들인 뒤 현대화했다.[A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13일 열린 해군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차이 총통이 탑승한 대만 구축함은 지룽(基隆ㆍDDG-1801)함이다. 이 구축함은 1990년대 미 해군에서 퇴역한 것을 대만이 사들인 뒤 현대화했다.[AP=연합뉴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지난해 3월 대만 국제조선공사(CSBC)와 중산과학연구원(NCSIST)과 잠수함 건조에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만 정부는 8년 안에 33억 달러를 들여 잠수함 8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대만의 잠수함 프로젝트에 자국 기업이 협력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대만군이 몰락한 이유는

지금이야 중국에게 벌벌 떠는 대만이지만 한 때는 군사적으로 뒤지지 않았다. 1990년대까지 대만 공군과 해군은 중국군과 비교하면 수에선 뒤졌지만 질에선 훨씬 앞섰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해상과 공중에서 격퇴해 지상에 발도 못 붙이게 할 능력은 충분했다. 그랬던 대만 군사력은 왜 2000년대 들어 왜 몰락했을까.

올 1월 30일 대만 육군의 훈련 장면. 이 탱크가 대만 육군의 주력인 CM-11이다. [AP=연합]

올 1월 30일 대만 육군의 훈련 장면. 이 탱크가 대만 육군의 주력인 CM-11이다. [AP=연합]

우선 중국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면서 군사력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한몫 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반발을 살 것을 꺼려 대만에게 무기를 팔지 않았다. 대만은 잠수함 2척을 수입한 네덜란드에게 4척을 더 주문했지만 거부당했다.

대만의 주력 탱크인 CM-11은 M-60의 차체에다 M-48의 포탑, M-1의 사격통제장치를 달았다. 미국이 신형 탱크인 M-1을 중국을 고려해 대만에 수출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대만 공군의 미라지 2000은 제조국인 프랑스가 부품을 잘 공급하지 않아 가동률이 낮다.

대만 자체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천 총통의 전임인 마잉주(馬英九ㆍ2008~2016) 총통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양국간 긴장이 완화됐다며 군사비 지출을 GDP의 3%에서 2%대로 떨어뜨렸다”며 “군사력은 줄이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늘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천 총통 집권 후 양안(兩岸ㆍ중국-대만)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다시 군사력이 필요한 데 당분간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만은 올해부터 완전 모병제로 바뀐다. 모병제 역시 마 총통의 공약이었다. 대만 군대는 양과 질에서 설상가상(雪上加霜)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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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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