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기 위해 특수임무여단(참수부대)을 평양 등 북한 후방에 침투시키는 특수작전용 헬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수작전용 헬기뿐만 아니라 한국군의 주요 무기도입 사업 전반이 축소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10대 안팎 규모의 특수작전용 헬기 도입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한 소식통은 “합참이 전력 소요제기 단계에서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요즘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때문에 예산을 따낼 수 있는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팔지 않았다는 美 MH-47G 눈독
특수작전용 헬기는 일반 헬기에 지형 추적 레이더, 정밀항법장비 등을 달아 주야간ㆍ전천후 비행이 가능하다. 또 공중급유를 받아 먼 거리를 날 수 있고, 기체를 방탄장비로 보호해 생존성도 높다. 또 다른 소식통은 “원래 합참은 미군 특수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MH-47을 미국에서 구매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MH-47은 한밤중 폭우 속에서도 산악과 같은 지형을 비행할 수 있는 헬기다. 최신형인 MH-47G는 한 대당 가격이 1500억원 안팎이다.
MH-47은 미국이 해외에 판매한 적이 없다. 미군에서도 특수작전사령부(SOCOM) 소속 제160 특수전 항공연대(SOAR)만이 운용하고 있다. 소식통은 “한국군이 주한미군을 통해 설득한 결과 무기수출통제 부서인 국무부가 MH-47 판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참의 입장 변화로 MH-47 도입은 없었던 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침투수단 부족으로 전혀 특수하지 않은 특임여단
특임여단은 지난해 12월 1일 창설됐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기존 부대에 인원과 장비를 보강해 1000명 규모로 출범했다. 군 당국은 북한을 자극한다고 창설식을 조용히 치렀고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특임여단의 임무는 유사시 북한의 지휘부를 제거하거나(참수작전), 대량살상무기(WMD)를 파괴하는 것이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 지휘부가 사망 또는 중상을 입을 경우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게 참수작전의 논리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해 9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참수부대 창설’을 거론한 데 대해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 대해 참수 작전을 펼치겠다고 하면, 우리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상당히 부적절할 표현을 쓴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올해 325억원을 들여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고속유탄 기관총, 자폭형 무인기, 정찰용 무인기와 투시 레이더, 차음(遮音) 헤드폰, 생체인식기, 방탄헬멧 등의 무기와 장비를 보강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작전용 헬기 등 침투수단이 부족하다. 공군의 수송기인 C-130 4대를 침투용으로 개량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 특임여단은 무기와 장비 대부분이 실전배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특임여단의 무기ㆍ장비 수준을 보면 전혀 특수할 수 없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표범과 같은 군대 만들자는 국방개혁 2.0 위기
특임여단은 군 당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맞서 구축하고 있는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이다. 3축 체계는 북한의 WMD를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뜻한다. 특임여단은 KMPR용이다.
국방부는 3축 체계를 비롯해 각종 첨단무기를 사들이기 위해 중기계획(2019~2023년) 예산을 230조~250조원으로 잡았다. 올해 국방비 증가율을 7.8%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3축 체계를 위해 도입하는 무기 사업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면서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날렵하고 무서운 표범’과 같은 군대를 만들겠다는 국방개혁 2.0은 11일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기 전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국방부 안팎에서 들린다. 군 규모를 줄여 날렵하지만 첨단무기가 적어 별로 무섭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