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노린 건 트럼프-볼턴 결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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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왼쪽부터)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떼어놓기 위한 북측의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17일(현지시간) "김정은 정권이 긴장의 불길을 부채질하고 있는 전선은 비무장지대(DMZ)가 아니라 백악관 내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사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그동안 '선 핵 폐기-후 보상'으로 대변되는 리비아 모델을 주도해왔다.

리비아 모델에 반대하는 북측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볼턴 보좌관을 고립시켜 그 영향력을 없애려는 의도라는 것이 CNN의 해석이다.

실제 김 제1부상은 지난 16일 성명에서 리비아모델과 이를 주도해온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CNN은 김 제1부상의 이러한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볼턴의 '위험지역'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이 리비아모델에 대한 분노를 볼턴에게 집중, 트럼프와 볼턴에 대해 분리 대응함으로써 볼턴 보좌관을 6·12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앉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지프 시라쿠사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 교수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볼턴이 북한에 겁을 주겠다는 의도로 리비아모델을 꺼낸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북한은 정상회담 전에 볼턴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CNN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과 중간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켜서 자신이 노벨평화상 수상 적임자임을 내비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몹시 원한다는 신호를 보인다면 북한은 더 큰 타협을 노리고 미국을 더 압박할 것"이라며 "김정은이 이번에 던진 '수'를 계기로 비핵화 대화가 진짜로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볼턴 보좌관을 경질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자신들의 '액션'이 핵심 협상 포인트들에 있어 트럼프의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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