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이들이 모여 팀을 이룬다. 요즘 세대라면 ‘어벤져스’를 떠올리겠지만 구세대에겐 ‘수퍼특공대’가 먼저다. 1980년대 국내에 방송된 이 미국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우리말 주제가도 있었다. “수퍼맨~용감한 힘의 왕자”부터 배트맨·로빈,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장기를 열거하고 “정의를 모르는 나쁜 무리들, 싸워 무찌른다, 수퍼특공대”로 끝난다.
어른이 돼서 알고 보니 수퍼맨 등은 모두 미국 DC 코믹스의 만화를 통해 탄생한 캐릭터. 아이언맨 등 요즘 어벤져스 멤버는 이와 달리 마블 코믹스 만화가 바탕이다. 수퍼맨·배트맨도 진작부터 영화에서 맹활약을 해왔지만 어벤져스는 규모가 다르다. 멤버 각자가 주인공인 영화와 이리저리 뭉치는 ‘어벤져스’ 같은 시리즈를 나란히 내놓아, 말 그대로 우주로 무대를 확장하며 전 세계 관객을 빨아들인다. 이렇게 나온 영화는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9편. 국내에서도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어 며칠 전 ‘어벤져스:인피티니 워(어벤져스3)’가 1000만 관객을 돌파, 누적 관객 수가 9400만 명이 넘는다.
이런 위력의 바탕에는 수십 년 연재하며 풍부한 캐릭터와 드라마를 구축한 만화 원작이 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즉 꿰는 솜씨가 관건이다. 수퍼맨·원더우먼 등도 옛날 수퍼특공대처럼 최근 ‘저스티스 리그’로 다시 뭉치고 있지만 아직 어벤져스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어벤져스가 세다는 걸 다시 느꼈다. 다음 편을 꼭 보라는 미끼겠지만, 주요 멤버를 가루로 날려 버리는 ‘어벤져스3’의 과감한 전개를 보며 마블 시대가 한동안 더 가겠구나 싶었다. 역대 최다인 2500여 스크린에서 상영됐는데 비교적 조용했던 점도 그랬다. 다른 상업영화들이 맞대결을 피했다고 해도, 지난해 ‘군함도’가 2000여 스크린이었을 때 뜨거웠던 비판이 무색할 지경이다. 마블 영화 팬덤과 지지가 그만큼 강력하단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어벤져스가 출동할 때마다 다른 영화는 한껏 몸을 낮추는 게, 극장은 한껏 스크린을 열어주는 게 바람직할까. 지구인 어벤져스 중 제일 힘이 센 헐크는 분노조절장애가 많이 나아졌는지 이번 영화에선 괴력을 자제한다. 힘 조절을 할 줄 알아야 수퍼 히어로도 오래 간다. 한국 영화 시장도 그렇지 않을까.
이후남 대중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