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미명 사생활보호 훼손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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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12일 MBC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 첫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공익이라는 미명 아래 사생활 보호라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 등 은 지난해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득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도청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게 발가벗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불법 도청을 막기 위해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가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도청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중 MBC.월간조선 관계자를 기소한 데 대해 "MBC는 도청 내용을 보도하지 말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어겼고, 월간조선은 불법 도청 녹취록 전문을 공개해 다른 언론사보다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모두(冒頭)진술에서 "도청 내용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도청 내용 공개를 용인할 경우 유사범죄가 잇따를 것"이라며 "140일 넘게 강도 높게 진행된 도청수사가 불합리.불공평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1월 재미교포 박인회씨에게서 안기부 도청 테이프 1개와 녹취보고서 3건을 입수해 불법 도청의 결과물인 것을 알면서도 같은 해 7월 이를 보도했고, 김 편집장은 도청 테이프 녹취록을 지난해 9월호 월간조선에 실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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