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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만 16번…김정은도 작품 선물받은 사진작가 아람 판

중앙일보

입력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이 싱가포르 북한대사관 대기실에 걸린 자신의 작품 곁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람 판 제공, www.dprk360.com]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이 싱가포르 북한대사관 대기실에 걸린 자신의 작품 곁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람 판 제공, www.dprk360.com]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 대기실엔 벽 하나를 가득 채운 대형 평양 시내 사진이 걸려있다. 공중에서 촬영한 이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한 이는 싱가포르 사진작가인 아람 판(42)이다. 지난 2013년부터 북한을 16차례 드나든 그는 자타공인 북한 사진 전문가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직후에도 방북 일정이 잡혀 있다고 했다. 그의 주특기인 360도 공중촬영 기법의 북한 사진은 외신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는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그간 남북이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간극을 사진 작품을 통해 메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람 판이 찍은 평양 시내 사진. [아람 판 제공, www.dprk360.com]

아람 판이 찍은 평양 시내 사진. [아람 판 제공, www.dprk360.com]

판의 사진을 선물로 받은 이 중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있다. 아람 판도 이 소식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김정은 동지께 드리는 선물을 싱가포르 사진전문가 아람 판이 (중략) 전달하였다”고 보도하면서 알게 됐다. 그는 “대단한 사진도 아니었고 싱가포르와 북한의 사진을 합성해 만든 소품이었는데,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건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아람 판은 “친북도 반북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북한에 관심이 깊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원래 건축물 촬영을 위주로 했는데 6년전 불현듯 “북한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무작정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이력서와 제안서를 보냈다. 답이 온 건 그로부터 1년 후였다.

그는 평양은 물론 사리원ㆍ백두산ㆍ흥남 등 북한 전역을 다니며 360도 카메라와 공중촬영을 해왔다. 360도 카메라란 앞뒷면의 렌즈로 360도 모든 방향을 촬영하여 공간을 담아내는 카메라를 말한다. 헬리콥터부터 트램 전차까지 타고 촬영을 했다. 그의 작업은 북한의 공식 영문 약칭을 따서 ‘DPRK 360(www.dprk360.com) ’이라는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이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소만 공개하는 건 아닐까. 초기엔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엔 달라졌다고 한다. “평범한 시골 주민들을 찍겠다고 제안을 해도 오케이를 한다. 옥신각신하긴 하지만 북한 당국도 확실히 변하고 있다. 나는 ‘진짜 북한’을 찍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그의 역할을 ‘기록자(scribe)’라고 표현했다. “최근 북한은 변화에 꽤나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당국뿐 아니라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평양 시내를 걸으면 눈을 크게 보이도록 하는 콘택트렌즈를 낀 여성들을 자주 만날 수 있고, 장마당에서 만난 주민들은 그에게 “이 자켓이 참 잘 어울린다”며 흥정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이 자신의 웹사이트 'DPRK 360'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이 자신의 웹사이트 'DPRK 360'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최근 잇딴 정상회담을 그는 환영했다. “직접 보고, 직접 만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은 게 인간 관계인 것처럼, 남과 북도 정치외교적 상황을 넘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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