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번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3년동안 마약사범이 해마다 70%이상 증가되면서 전국의 마약복용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해마다 급증하는 복용자의 숫자도 중대한 사회문제지만, 복용계층이 점차 중산층화되고 있고 연소화된다는데 더 큰 사회병리적 문제점이 노출된다.
더구나 마약복용범위가 폭력집단, 유흥업소에 국한되었던 종래의 사정과는 달리 최근들어 복용범위가 회사원, 가정주부, 청소년등에까지 확산되고 그만큼 단속대상지역도 크게 확대되어 사태의 심각성은 배가되고 있다.
정부가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마약사범의 체형·벌금강화나 마약감시원의 총기휴대허용등의 강력대처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적절한 대응이다.
그러나 단속대상과 지역이 회사와 가정, 농어촌까지 파급되는 급박한 형편에 60여명의 감시원으로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지도 의심스러우며 마약사범의 단속못지않게 중요한 마약확산방지라는 원천적 대증료법을 어떻게 강구할지도 문제다.
우리사회에서의 마약은 60년대에는 모르핀류의 아편이 성행했고, 70년대는 환각제 마리화나로 대표되는 대마초가 큰 소동을 벌였으며, 80년대와서는 각성제 히로뽕이 극성스럽게 전파되고 있다. 이를 단속하는 법안도 60년대는 마약법, 70년대는 대마관리법, 80년대는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등으로 마약의 형태별 유행에 따라 제정되어왔다.
80년대와서 급격히 늘어나는 향정신성 의약품계열의 마약은 미국에서는 코카인, 일본에서는 헤로인, 한국에서는 히로뽕이라는 이름의 각성제로 회사, 가정, 청소년에게까지 침투하고있다.
미국의 경우 코카인 상습복용자는 6백만명, 체험자는 2천4백만명으로 코카인비용으로 18조원이상이 국외로 유출되고 있는 심각한 국면에 놓여있다. 「레이건」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마약전쟁」을 선언한 이래 지난 8년간 단속비용만으로 12조원이 지출되었지만 마약사범은 아직도 증가추세에 있다. 일본에서도 해마다 3만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되면서 일본경찰은 마약풍조「제3기」에 들어섰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에서 만연되고있는 코카인, 헤로인과 한국의 히로뽕 복용자들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복용동기는 ①죄의식의 결여 ②직장에서 오는 피로와 스트레스 ③가정문제로 대별된다.
히로뽕의 주원료인 염산에페드린은 각성제 효과때문에 감기약의 주성분으로 국내제약회사에서도 수입하는 의약품의 일종이다. 게다가 히로뽕의 효과가 피로, 숙취제거, 살빼기 효능, 성기능 향상을 가져온다는 잘못된 인식때문에 아무런 죄의식없이 히로뽕에 접근하게 된다.
따라서 히로뽕은 두뇌사용을 필요로 하는 직업종사자에게 크게 파급될 소지를 안고 있다.더 많은 일을 요구하는 직장,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중산층가정에 히로뽕은 유혹의 손길을 뻗어 나가고 있다.
작년 미국에서는 찰스톤시의 「마이클·로크」시장이 치과의, 교사등 16명과 함께 마약단속에 걸려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상된 적이 있었다. 우리로서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고 방치할때가 아니다. 마약이 회사와 중산층 가정까지 파급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로서는 남의 나라일로만 볼수 없다.
당국은 밀수루트의 원천봉쇄, 밀제조·밀판매원의 소탕, 상습복용자의 치료와 아울러 마약이 주는 인신적, 사회적 병폐를 전국적 캠페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국민학교·중학교는 의무적으로 1년에 8시간의 「반마약」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마약은일시적 일제단속만으로는 근절될 수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