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교통사고' 투스카니 의인 "쓰러진 차주 전화만으로 충분"

중앙일보

입력

한영탁씨가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자신의 승용차로 가로 막아 세운 뒤 차에서 내려 운전석을 바라보고 있다. [ SUV차량 영상화면 캡처]

한영탁씨가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자신의 승용차로 가로 막아 세운 뒤 차에서 내려 운전석을 바라보고 있다. [ SUV차량 영상화면 캡처]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 차량을 멈춰 세우기 위해 고의 교통사고를 낸 '투스카니 의인' 한영탁(46)씨가 "그분께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고 겸양을 보였다.

한씨는 12일 오전 11시 제2서해안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도 멈추지 않고 직진하는 차량의 앞을 가로막는 '고의 사고'를 내 추가 사고를 예방했다. 먼저 한씨는 해당 코란도 차량의 운전자 A씨(54)가 고개를 숙인 채 의식을 잃은 것을 목격했다. 운전자가 어떤 사정으로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하자 한씨는 과감하게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충돌을 일으켜 차를 멈춰 세웠다.

평소 지병을 앓던 A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의 모습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투스카니 의인' 이야기가 온라인에 빠르게 확산됐다.

한씨는 이후 인터뷰를 통해서 '의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누구든 그를 도왔을 것이다"라며 "내 과실로 인정해 보험금이 오르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내 차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A씨에게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도 말했다.

한씨의 사연을 접한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투스카니가 파손된 점을 고려해 수리비와 신형 벨로스터 차량을 전달하기로 했다. LG복지재단도한씨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한씨는 현대자동차의 제안에 다시 한번 "크게 망가진 상태가 아니라 괜찮다"며 겸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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