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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日외교청서에 드러난 아베 정권의 대한민국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15일 일본 외무성이 2018년도 외교청서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곤란한 문제 있지만, 북한 문제에 연계해야 할 대상' #"전략적 이익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표현 빠져 #영토 이슈 부각하고,일본 패싱 피하는 최적의 상대 #한국 60자 언급한 시정연설 이어 노골적 한국 홀대 #

일본 외교청서의 한국 관련 부분(오른쪽 페이지)[서승욱 특파원]

일본 외교청서의 한국 관련 부분(오른쪽 페이지)[서승욱 특파원]

 외교청서는 외교의 기본 방침과 성과 등을 정리한 내용으로, 우리의 외교백서에 해당한다.

2018년판 외교 청서는 한국에 대해 “양호한 일·한관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불가결하다”,“한국과의 연계와 협력은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하다” 등으로 표현했다.

2018년판 일본 외교청서[서승욱 특파원]

2018년판 일본 외교청서[서승욱 특파원]

또 “일·한관계에는 곤란한 문제도 존재하지만 이를 적절히 관리하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본 외교청서속 한국은 ^과거 식민 지배와 관련된 역사 문제나 영토문제 등 곤란한 문제는 잘 관리해야 하며^ 북한 핵ㆍ미사일이나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계가 필요한 대상인 셈이다.

지난해에 포함됐던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은 삭제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도 지난 1월 시정 연설에서 작년까지 있던 이 표현을 뺐다.
그 기조가 외교청사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당시 아베 총리의 연설문 1만1684자 분량속에서 한국과의 관계에 할애된 건 불과 60자 정도였고, 그나마 “국제 약속을 지키라”며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일본 외교청서의 위안부 관련 부분[서승욱 특파원]

일본 외교청서의 위안부 관련 부분[서승욱 특파원]

한국에 대한 아베 정권의 시각이 지난 1월 연설에 이어 이번 외교청서에서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곤란한 문제’인 역사와 영토 문제에 대해선 자신들의 주장을 치밀하게 전개했다.

독도 영유권이나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었다.

일본 외교청서의 한국 관련 부분[서승욱 특파원]

일본 외교청서의 한국 관련 부분[서승욱 특파원]

독도에 대해선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확히 일본 고유의 영토”,“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 한국 국회의원 등의 상륙, 다케시마와 그 주변에서의 군사훈련 및 건조물 구축 등에 대해 강하게 항의를 해왔다”,“일본은 1954년부터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것을 제안했지만, 한국 정부가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한국뿐 아니라 미국,캐나다,호주,중국,필리핀, 독일 등에서도 위안부상의 설치 움직임이 있는데,이는 극히 유감이다. 관계자들에게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이나 ‘수십만명의 위안부’,‘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일본의 입장을 계속 설명해 나가겠다”고 적었다.

한국 정부의 ‘동해’ 표기 주장에 대해선 “일본해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며,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도 일본해라는 표현을 정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등의 내용을 2018년판에 새로 넣었다.

영토문제와 과거 역사 합리화에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수층에게 어필하고, 북한 핵ㆍ미사일ㆍ납치 문제에 있어선 주변국들과 보조를 맞춰 이른바 ‘일본 패싱’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것이 아베 정권의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와 9일 오전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와 9일 오전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틀에 끼워넣기 가장 좋은 상대로 아베 정권은 한국을 선택했고, 외교청서는 그 살아있는 증거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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