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김정은 스마트 하다”는데 “깡패국가”로 받아친 북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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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2일 미국과 정상회담을 예정하고 있는 북한이 15일 미국에 대한 포화를 재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대화 상대에 대한 용납 못할 도발’이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을 재개했다. 미국에서 제기하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반발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은 “미국이 불신으로 가득 찬 조미관계 문제를 대화로 풀 생각이라면 상대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상대를 존중하는데 신경 써야 한다”며 “대화와 평화의 흐름을 대결과 긴장 격화의 원점으로 되돌리고 모처럼 찾아온 문제 해결의 마지막 기회를 제 발로 차던지는 격으로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계획 발표에 대해 “매우 똑똑하고 우아한 행동(very smart and gracious gesture!)”라고 평가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의외라는 평가다. 지난 3월부터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동안 잠자코 있던 북한은 지난 6일에도 외무성 대변인을 내세워 미국을 비난하며 이상기류를 보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미국을 '깡패국가'라고 비만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미국을 '깡패국가'라고 비만했다. [사진 노동신문]

이에 대해 북한이 2000년의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견제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현준 우석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2000년 10월 당시 권력 2인자였던 조명록 총정치국장을 미국으로 보내 공동코뮤니케에 합의했다"며 "하지만 이후 관계개선과 북·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 직전 미국 의회가 북한 인권을 문제 삼으며 중단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최근 북한의 반발은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를 트럼프 행정부가 잘 컨트롤하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반발도 미국과 유엔 등에서 있었던 북한 인권 심포지엄 등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북한의 이런 반발은 북·미 정상회담을 겨냥해 미국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압박 수위를 올린다면 북한이 중국에 기대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미국이 인권문제,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껄끄러운 기 싸움이 발생할 경우도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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