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브레인 박태성 중국 경제시찰 … 김정은, 비핵화 뒤 개방 염두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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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가운데 14일 오후 북한 방문단 의전 차량이 중국 댜오위타이 동문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가운데 14일 오후 북한 방문단 의전 차량이 중국 댜오위타이 동문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측근 실세를 포함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대표단이 14일 베이징을 방문했다. 북한 측은 대표단의 방북 목적에 대해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견학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이 본지에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지난주 다롄(大連)을 방문한 뒤 일주일 만에 자신의 핵심 측근을 보내 중국의 경제발전 현장을 시찰토록 했다는 의미다.

과학기술·교육 담당 당 부위원장 #유명선 국제부 부부장 등도 동행 #잇단 북·중 교류 정상화 움직임

이번 방중단에는 김정은의 측근인 박태성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포함됐다. 박 부위원장은 노동당에서 과학기술과 교육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또 수도 평양을 책임지는 김수길 평양 시당 위원장과 신의주 등 북·중 접경인 평안북도를 책임지는 김능오 평북 도당 위원장을 비롯한 지방 간부가 다수 포함됐다. 베이징 소식통은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경제제재가 완화되고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경제 교류가 본격화된 이후를 내다본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주의 경제건설 견학’이란 말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공 사례 가운데 북한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박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집권 초기인 2012년에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맡았던 측근 중 측근이다. 이후 평양을 둘러싼 평안남도의 당 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10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또 당내 위상이 높은 평양과 평안북도의 당 위원장이 포함된 만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2010년처럼 북한의 시·도당 위원장을 초청해 주요 지역 시찰을 통해 북·중 협력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표단에는 유명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도 포함됐다. 한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미 정상회담 사전 조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방중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이번 방중단은 북·미 회담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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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재 완화 이후를 내다본 북·중 경제 교류 정상화 움직임은 북한 주재 중국대사의 행보에서도 나타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11∼12일 참관단을 이끌고 북한 측 압록강변과 신의주시를 둘러보면서 양국 지방 및 민간 교류를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리 대사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접한) 평안북도와 중국 랴오닝성의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리 대사가 북·중 국경도시부터 찾은 것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 본격적인 경제 교류가 재개될 때를 대비한 발 빠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능오 평북 당 위원장은 “북·중 우호는 당과 정부가 굳건히 견지하는 흔들림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4일 방중 대표단에 포함됐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내린 뒤 10시반쯤 공항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영접을 받으며 중국 측이 제공한 의전용 벤츠 차량과 미니버스에 나눠 타고 댜오위타이(釣魚臺)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오후 2시쯤 영빈관을 나와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중국과학원 문헌정보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 3월 하순 방중한 김정은 위원장이 둘러봤던 곳이다. 대표단은 벤츠 차량 3대와 소형 버스 2대를 나눠 타고 이동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방중 인사의 신원을 묻자 “북·중 간 교류에 대해서는 양측이 정상적으로 왕래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루 대변인이 그렇게 말한 건 이번 대표단 방문이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 사이의 ‘당(黨) 대 당’ 교류 차원임을 말하는 것이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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