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의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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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에서 쇠고기수입계획을 확정발표하자 허탈감에 빠지면서 생각이 여러갈래에 미치게 된다. 결국 손들고 말것을 그렇게 시끄럽게 반대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미간에 팽팽히 실랑이를 벌였던 쇠고기 수입문제는 어이없이 결말이 나 버리고 올해중에 소10만마리분 쇠고기 1만4천5백t을 수입하기로 했다.
쇠고기수입은 지난 85년5월 국내소값파동으로 중단된후 3년3개월만에 재개되었다. 그동안 우리측의 시달림은 참기 어려울만큼 힘든 것 이었다. 우리의 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자 미국의 대한경제압력은 무소부지로 우리의 공산품과 보험시장 개방에 이어 지적소유권보호,관세인하, 원임절상등에 성공하자 지난해부터는 양담배와 쇠고기수입문제에 집중공세를 폈다.
담배수입문제와 함께 한미간 최대현안 과제였던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 미국은 때로는통상법 301조를 내세워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GATT(관세무역 일반협정)에 제소하는 사태에까지 몰고갔으나 우리측 또한 축산농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여서 쉽사리 타협할수 없는 입장이었다.
1년이상 서로 밀고 당기고 했으나 결과는 일방적인 미국측 요구의 수용으로 끝이 났다.
이런 지경에 이르고 보니 착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렇게 쉽게 개방의 둑이 무너질것을 그토록 진통을 겪어야 했느냐는 의문이 생기고, 정부에서 쇠고기수입명분으로 소사육기반 운운하는데 견강부회로 들리며, 쇠고기 수입을 비롯해 지금까지 숱한 미국측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 뒤끝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을수 없다.
정부는 통상마찰을 완화하고 소사육기반 유지를 위해 쇠고기수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쇠고기수입이 대미통상마찰 극복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지 의문이며 정부는 수급조절용이라지만 당초 의도했던 관광호텔용 외에 일반쇠고기까지 수입하게된 것은 통상외교의 실패가 아닐수 없다. 꼭 관광용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면 적극적인 대국민설득후 신속한 교섭으로 결말을 지었을 경우 관광용 수입으로 끝날수도 있었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은 꼴이 되었다.
한때 과잉사육으로 소마리수가 너무 많다고 하더니 암송아지는 마구 도살, 이제는 마리수가 적어 축산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축산정책의 부재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결과적으로 무계획하게 암송아지를 도살함으로써 쇠고기파동이 우려되어 수급조절용 쇠고기를 수입하게된 것이다. 정부는 쇠고기수입을 유도하기 위해 암송아지를 마구 도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할말없게 되었다.
쇠고기수입으로 미국의 대한경제압력이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쇠고기는 쇠고기고 미국의 요구는 산너머 산 격이다.
원화절상은 물론 농수산물시장 개방, 방위비분담문제, 개도국책임등 미국의 대한요구사항은 끝이 없다.
미국과의 쇠고기수입문제 타결로 남은 과제는 축산농가에 대한 대책이다. 연내 수입쇠고기가 수요량의 10%에 불과하다고 안이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축산농가에 직·간접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축산농가에 대한 당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대책은 물론 장래문제까지 빈틈없는 정책적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궁극목표는 수량 제한없이 우리 쇠고기시장의 완전개방에 있는것이 뻔한 사실인만큼 내년 이후에 축산과 쇠고기 수입정책을 어떻게 할것인지 예시제라도 실시하여 축산농가가 대비할수 있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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