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영미" 산골 염전 체험에 푹 빠진 아이들
지난 10일 충북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 소금랜드. “영미~ 영미. 더 빨리 밀어 영미.” 야외에 마련된 990㎡ 크기 염전(鹽田)에서 유치원생 40여 명이 나무 밀대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하얀 소금을 모으는 소리가 들렸다. 실제 바닷물이 바닥에 깔리진 않았지만 염전에서 소금을 수확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송영구(76) 소금랜드 체험지도담당은 “저염도의 바닷물을 증발시켜 27~30도의 소금꽃으로 만드는 염전을 재현한 곳”이라며 “‘대파’라고 하는 밀대를 이용해 소금을 모으고 바구니에 소금을 담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 공간에서는 화로에 담긴 소금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체험이 한창이었다. 염도 25%인 소금물을 2~3분 정도 끊이자 소금 결정체가 보였다. 갓 만들어진 소금을 손으로 찍어 먹은 우소율(7)양은 “아이 짜. 진짜 소금이네”라며 웃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충북의 산골 마을에 염전이 들어섰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괴산에 건립한 소금랜드는 2016년 국비 등 69억원을 들여 문광저수지 일원 2만7718㎡ 부지에 조성됐다. 지상 2층 규모로 소금과 김장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바닷물염전체험, 절임배춧물 염전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염전에 물을 대는 집수시설과 소금창고도 갖췄다.
소금랜드 앞 마당에는 한반도 모형을 한 수생식물원과 야생화 공원·소나무 공원·햇살 광장 등 가족 휴양 공간이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에 있는 광개토태왕비(높이 6.39m)를 똑같이 복원한 비석도 있다. 비문 1775자도 그대로 새겨 넣었다.
괴산군이 소금랜드를 건립하게 된 계기는 절임배추 영향이 컸다. 괴산군 배추 농가들은 1996년 절임배추를 가장 먼저 상품화하고 전국에 유통했다고 한다. 98년 절임배추 생산자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절임배추를 전문으로 납품하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매년 600여 농가에서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작황에 따라 시세 변동이 큰 생배추와 달리 절임배추는 농가들에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줬다.
"골칫덩이 폐 소금물 없애자"…내륙염전 만들어
하지만 절임배추 생산 과정에서 생긴 폐 소금물 처리는 골칫거리였다. 하천에 흘러 들어간 소금물이 환경오염을 시킨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때 생각해낸 게 폐 소금물을 한데 모아 소금을 재생산해 제설·제초 작업에 쓰는 것이었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는 2009년 이른바 ‘내륙 염전(1850㎡)’을 만들어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농가에서 폐 소금물을 수거해 연간 80~100t 정도의 소금을 생산해 농가와 학교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이병애 괴산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장은 “재생 소금은 불순물이 많아 식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제설작업이나 학교 운동장 다지기 등에 활용된다”며 “환경오염도 줄이고 재생 소금이 필요한 기관은 비용을 절약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금랜드에서 200여 m 떨어진 곳에는 대규모 소금창고가 있다. 연면적 1980㎡ 규모의 소금창고로 9000t의 소금을 3년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다. 소금창고 운영은 괴산농협이 위탁을 맡았다. 농협이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되는 질좋은 천일염을 대량 구매하고, 매년 2500~3000t씩 절임 배추 생산 농가와 발효식품농공단지, 생활협동조합 등에 공급한다.
내륙염전이 화제가 되자 괴산군은 소금랜드와 소금창고 건립을 구상했고, 이 아이디어가 2010년 농축산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 시설을 만들었다. 소금랜드는 염전을 볼 수 없는 내륙의 유치원·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문광저수지와 인근 은행나무길을 방문하는 가족단위 방문객들도 찾는다고 한다. 올해 3~4월 2000여 명이 방문했다. 하지만 실제 바닷물을 활용해 염전을 운영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폐 소금물 염전체험도 김장이 끝나는 연말에나 가능하다. 염전 바닥에 소금을 뿌려놓고 수확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수준이다. 괴산군 관계자는 “소금랜드 염전은 바닷물을 넣은 뒤 증발과정을 거쳐 일주일이 지나야 소금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며 “해안에 있는 염전처럼 운영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