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국회회담 배경과 전망 |"말문 열고보자"… 남북 모두 적극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근의 남북한관계가 「이상조짐」을 보여 어떤 형태로든 85년말 이후 끊어진 남북대화가재개될 전망이 짙다.
이상조짐은 남북한 양측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조짐은 우선 양측이 어떤 속셈을 갖고 임하든 간에 종전과는 달리 대화재개의 실마리를 풀겠다는 전진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점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남북이 전술적 차원의 책략이든 뭐든 우리측의 올림픽참가촉구→북측의 남북국회연석회의제의→우리측의 긍정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남북양측은 대화에 기본적 자세변화를 하기라도 한양 과정상 간과할수 없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끌고있다.
우리측을 보면 지금까지는 남북대화문제는 정부의 일방적 행위로 대응방향이 결정되어 집행됐다. 더 구체화하면 정부의 통일관계 주무부서인 통일원도 정부내 다른 기관에 의해 통제되어온 것으로 인식됐을만큼 남북대화문제는 대공관계기관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국회연석회의 문제를 놓고 정부와 국회의 대응방향은 과거와는 전혀 딴판을 보여 주었다.
정부는 북측 제의배경과 숨은 의도를 정치권에 설명하고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게 좋겠다는 정도의 의사표명만 했다.
4당대표들은 북측 제의에 매우 신중하게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강에만 합의하고는 구체적 방안의 수립을 4당정책위의장단에 위임했다.
이 절차를 통해 정치권이 하나의 목소리로 가다듬는 모양을 보여주었고 이런 사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남북문제를 정권안보의 도구로 활용해 왔다고 소리높여 비난해 왔던 야당측도 의외다 싶을정도로 북측 제의의 함정등에 경계하는 신중론을 폈다.
그런가 하면 지금까지 정치·군사문제의 의제라면 북측의 「저의」「음모」운운하면서 과민한 반대반응을 조건반사식으로 해오던 정부·여당측이 오히려 야측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기현상」마저 보여주었다.
정부·여당측은 군중집회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한 남북국회연석회의의 수용도 검토하는가하면 『정부가 현재 대북제의에서 가장 필요성을 느끼는 분야가 군사부문』(이홍구통일원장관)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진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권의 이같은 자세 변화는 △7·7선언의 연장선상에서 북측과 대화의 길을 공식으로 트는 것이 시급하고 △서울올림픽안전을 보장하는 하나의 방편으로도 필요하며 △분단 40여년만에 비로소 민족내부문제 해결을 제1의 현안에 버금가는 중대사로 인식한 것으로 분석됨 직하다.
다른 일부에서는 이같은 정부·여당의 전향적 자세를 역대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점차 치열해질 광주사태 및 5공비리의 공방을 앞두고 내외적 관심을 남북문제로 돌리려는 고단위 술수로 볼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은것 같다.
그러나 북측 제의가 내포하고 있는 것중 여야에서 지적된 △군중집회적 성격의 회의제의에 따른 진지성 결여 △남북한·미국의 3자회담을 위한 전초전적 성격 △우리 내부의 여소야대구조를 시험하고 흔들려는 의도 △불가침공동선언 초안의 일방적 제의라는 불손한 태도등을 감안해 볼 때 여권의 대응은 뭔가 남북대화에 임하는 기본자세의 대전환을 상징하는게 아닌가 할 사태의 발전으로 평가될수 있다.
북측 또한 앞서 언급한 엉큼한 속셈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측의 긍정검토 방침만 보고 회답도 기다리지 않은채 26일 거듭 서신을 보내오겠다고 통고해와서 그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전에 없던 적극성을 보인 점은 매우 고무적 현상이라 아니할수 없다.
그것이 비록 올림픽열기에 제동을 걸고 7·7선언등 우리측의 잇단 제의에 대응하는 역평화공세일지라도 종전과는 확실히 다른 의미를 갖는것 같다.
북한도 사실 우리의 올림픽에 맞서 이른바 정권창건40주년의 9월9일에 「그로미코」소련최고간부회의의장등 사회주의국가원수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남북대화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도 큰것으로 짐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도 언제까지 대화를 거부할 수 없는 형편인 바에야 이런 기회를 틈타 자연스럽게 여타 회담도 재개할 길을 모색않는다고만 볼수 없어 앞으로 북측의 동향은 지켜볼 만하다.
따라서 우리 국회가 북측제의에 대해 회담성사를 위한 회담의 성격을 「예비」니「준비」니 하는 용어를 쓰지않고 15명 내외의 국회대표회담을 제의하겠다고 의견을 모아가고 있음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핑퐁식의 오고감이 이어질 때 남북관계는 외양적 변모에 못지 않게 실질적 변화도 수반될수 있지 않은가 하는 기대를 갖게하고 있다. <이수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