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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분화 연구·영화 제작…화산에 더 관심 가져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20)

개별 오찬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백두산, 한라산 흙으로 1953년생 소나무를 식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개별 오찬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백두산, 한라산 흙으로 1953년생 소나무를 식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요즘 이래저래 백두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수 때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섞어 소나무를 심은 일이 화제가 됐다. 북측은 백두산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만병초(萬病草) 뿌리에 묻은 흙을 일일이 털어 모아 백두산 흙으로 갖고 왔다고 한다. 백두산이 화산활동으로 생긴 산이어서 흙이 귀한 나머지 그랬다는 얘기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우리의 눈과 귀를 더욱 끌게 하는 것은 ‘백두산 화산’ 이야기다. 남북 평화 무드에 힘입어 그동안 꽉 막혔던 백두산 화산 남북 공동연구에 물꼬가 트일 것 같다는 소식이다.

중국과 공동으로 백두산 분화(噴火) 전조 현상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 2일 부산대에 문을 연 ‘화산특화연구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센터 연구진이 중국 쪽 백두산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화산가스 변화나 지표 변위(變位), 온천수 온도 변화 등을 분석하는 등 분화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윤성효 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하는 이 센터에 정부(기상청 산하 한국기상산업기술원)가 앞으로 9년간 4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어디 그뿐이랴. 백두산 분화를 소재로 한 영화까지 나온다. 백두산 화산 폭발이 임박하면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릴 ‘백두산’이란 영화가 올 하반기 촬영에 들어간다. 배우 하정우가 다시 한번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도전한다. 현재 진행 중인 하와이섬(일명 빅아일랜드) 화산 폭발도 백두산 분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백두산은 활화산, 韓中 분화 전조현상 공동연구 중 

백두산은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분화 가능성이 높은 화산으로 분류되어 있다. [중앙포토]

백두산은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분화 가능성이 높은 화산으로 분류되어 있다. [중앙포토]

백두산은 활화산이다. 과거에 엄청난 폭발 경험이 있고, 최근에도 주목할 만한 전조 현상을 보였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분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다. 2002~2005년 사이에 전조 현상이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2003년 백두산에서 균열이나 붕괴, 산사태 등이 많이 발견됐다. 2004년엔 계곡에서 원인 모르게 말라죽은 나무들이 관찰됐다. 지표로 방출된 유독가스 때문으로 여겼다. 2002년부터 3년 반 동안 작은 지진이 8000회 이상 이어지는 등 화산 폭발 징후가 뚜렷해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위성 위치 확인시스템(GPS)으로 분석한 결과, 2002~2007년 천지 주변이 10㎝ 이상 부풀어 오른 것도 확인됐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팀은 2010년 11월 백두산에서 화산 기체인 이산화황이 솟아오르는 것을 인공위성에서 관찰하기도 했다. 다행히 2006년 이후 전조 현상이 완화돼 공포감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분화 가능성이 높은 화산으로 분류돼 있다.

1000년 전 백두산 대분화, 지구 상 최대규모 분화 중 하나 

백두산은 복합화산이기 때문에 분화 형태를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다. [중앙포토]

백두산은 복합화산이기 때문에 분화 형태를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다. [중앙포토]

백두산은 지난 1000여년 동안 30회 이상의 크고 작은 분화가 있었다. 가장 최근의 분화는 1903년이었다. 1000년 단위의 대규모 분화 주기와 100년 단위의 소규모 분화 주기가 겹쳐 최근 분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밀레니엄 대분화'로 알려진 1000년 전(946년경) 대분화 때는 다량의 화산재가 동해를 넘어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까지 날아가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현재의 화산분화지수(VEI= Volcanic Explosivity Index)로 추정하면 'VEI 7'로, 지구 위에서 일어났던 가장 큰 규모의 화산 분화 중 하나로 꼽힌다.

VEI는 화산의 폭발력을 나타내는 지수로, 0부터 8까지 매긴다. 1 증가 때마다 분출량은 10배로 늘어난다. 2010년 유럽 항공망을 마비시킨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분화 지수는 VEI 4에 불과했다.

VEI 7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용암은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최대 15㎞, 고온의 화성 쇄설류(공중으로 날아가는 돌덩어리)는 최대 60㎞, 화산재와 천지의 물이 섞여 만들어지는 화산 이류(진흙 흐름)는 최대 150㎞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압 배치 등에 따라 남한까지 화산재 유입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기상청 판단이다.

지진은 소리 없이 찾아오지만, 화산은 전조현상이 있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전조현상이 곧 큰 폭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양한 전조현상을 미리 체크해 잘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화산 분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분출과 폭발이다. 분출은 마그마가 조용하게 분화구를 흘러나와 용암 형태로 주변의 골짜기를 따라 흘러가는 정도의 화산 활동이다. 폭발은 화산재, 화산탄 등을 포함하는 격렬한 화산 활동을 말한다. 분화하는 곳이 정상부일 수도 있고, 화산 옆구리일 수도 있다. 백두산이 복합화산(complex volcano: 여러 화산 지형이 섞인 복잡한 구조의 화산체)이어서 분화 형태를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백두산이 분화할 것인가? 분화한다면 분출할 것인가? 아니면 폭발할 것인가? 예측은 엇갈리고 있다. 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확실한 전조현상이 없어 분화 가능성은 작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日 화산전문가 "2019년 백두산 분화 가능성 68%" 

백두산 화산폭발 시 예상되는 피해. [그래픽 김주원기자]

백두산 화산폭발 시 예상되는 피해. [그래픽 김주원기자]

백두산 분화는 불확실한 미래다. 누군가 백두산 화산이 몇 년도에 분화할 것이라고 확정해 말한다면 그건 틀린 말이다. 하지만 백두산 하부에 2~4개의 마그마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건 사실로 판명됐다. 최근 일본의 한 화산 전문교수가 2019년까지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은 68%, 2032년까지 폭발 가능성은 99%에 이른다는 말을 했다고 어느 매체가 보도했다.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길 바랄 따름이다.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과학적 연구에 기반을 둔 사실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국내 화산 전문 인력이 중국이나 북한, 일본 등에 한참 못 미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백두산이 분화한다면 그 정도에 따라 인명과 재산, 사회경제적 피해는 형태를 달리할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보다 직접적인 피해 지역이지만 우리도 피해를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자칫하면 세계적인 재해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장·단기에 걸친 부단한 현장 연구와 대응책 마련, 관련 투자 확대, 당국의 중심 잡힌 대국민 메시지 전달 등이 긴요해졌다. 개인들도 백두산 화산에 대해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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