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외자 - LG' 막판 대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하나로통신이 9일 뉴브리지캐피털.AIG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11억달러(약 1조3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하는 계약을 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LG그룹이 여전히 외자유치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날 거래소에서 LG투자증권을 통해 하나로통신 주식 1백12만주를 사들이는 등 지분을 늘리고 있어 10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외자유치가 최종 승인될지는 불투명하다.

하나로통신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데이비드 본더만 뉴브리지캐피털 회장.박병무 뉴브리지캐피털 한국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조인식을 가졌다.

11억달러 중 5억달러는 하나로통신이 새로 발행할 주식 1억8천2백81만여주를 컨소시엄이 주당 3천2백원에 인수하는 대금이며, 6억달러는 JP모건과 싱가포르개발은행 등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5년 만기로 하나로통신에 빌려준다. 차입금의 이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외자유치가 이뤄지면 뉴브리지 컨소시엄은 하나로통신 지분의 39.6%를 확보해 LG그룹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LG그룹은 최근 두차례 하나로통신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15.9%에서 18.1%로 늘렸으나 외자유치 후에는 지분율이 10.9%로 떨어진다.

본더만 회장은 "뉴브리지의 투자는 적어도 10년 뒤를 보고 하는 것 "이라며 "장기적으로 하나로통신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 경영진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병무 대표는 "11억달러는 하나로통신의 재무구조 개선뿐 아니라 두루넷 등 다른 통신업체를 인수하기에 충분한 자금"이라고 말해 지난달 말 유찰된 두루넷 인수에 하나로 통신이 다시 나서게 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하나로통신은 이날 계약한 외자유치안을 10월 21일 주주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외자유치는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고, 주총 참여 주식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LG그룹이 외자유치에 반대하고 있어 주총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LG 관계자는 "국가 기간통신 사업을 턱없이 싼값에 외국 자본에 넘기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통신사업 구조조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식의 외자유치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18.1%를 가진 LG가 반대하면 외자유치는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주총에서 삼성과 SK는 지분 14%만으로도 반대의사를 밝힘으로써 LG 측의 유상증자안을 무산시켰다.

한편 LG투자증권은 이날 하나로통신 주식을 대량 사들인 데 대해 "앞으로 하나로통신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 차원에서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LG가 외자유치를 부결시키고 유상증자안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 매집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8월의 주총에서 5백20만주가 모자라 유상증자에 실패한 LG는 지난 4일과 9일 두차례에 걸쳐 하나로통신 주식 총 6백만주를 추가 확보했다.

박병무 뉴브리지캐피털 한국 대표는 "하나로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해 주총에서 거부할 경우 투자계획을 완전 철회할 것임을 밝혔다.

권혁주.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