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이미지 먹칠하는 88택시|바가지요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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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88택시요? 말도 마십시오. 미국서 캐딜랙 탄것보다 몇배 더 비쌉니다.』
지난14일밤10시40분쯤 노스웨스트편으로 김포공항에도착한 미국인「스미스」씨(46).
택시 운전기사가 친절하게 다가와 짐을 뺏어들고안내하는 바람에 경황없이쫓아가 탄것이 88택시.
「올림픽 때문에 택시도 좋아졌구나…」하는 생각이 채사라지기도 전에 롯데호텔에 도착한 운전기사는 3만원을 요구했다는것이었다.
공항에서 성산대교∼광화문을 거쳐 달려온 거리는어림잡아 20여km. 정상적인미터요금으로 계산할때 4천1백원이 나올까 말까한거리였다.
『운전기사에게 항의했더니「공항 서비스료」「호텔안내료」「에어컨료」「야간운전료」등이 모두 합쳐져 그렇게 된다며 되레 화를 내는 것이었어요.
사업때문에 3년전에도 온적이 있었는데 그땐 이렇지 않았지요.』
바가지 요금이 무엇이라는 것을 실감한 사람은 아마「스미스」씨뿐만은 아닐것이다.
19일오후3시 김포공항 택시 승차대.
10여분이상을 지나야 한대씩 나타나는 일반택시를 기다리느라 내·외국인 20여명이 장사진을 이루고있다.
바로 곁에는 대조적으로88택시 20여대가 빈차로쭉 늘어서 있다.
『외국사람들은 좀처렴 중형(88)택시를 안 타려고해요. 바가지 씌운다는 귀띔을 들은 탓이예요. 반면에 내국인들이 타려고 하면 운전기사들이 거절을 하죠. 팁이 없어 싫다는 거예요.』
공항주차지도를 3년간 해왔다는 김성희씨(36)의 말이다.
『공항 안내소에서 안내양이 88택시는 주의해서 타고, 탈 경우엔 꼭 미터기를 확인하라고 하더군요.』
짜증스럽게 일반택시를 기다리던 일본인관광객「요시다」씨(54)의 냉소섞인지적이다.
서울을 사업차 1년에3∼4차례 방문한다는 프랑스계 미국인「해럴드·워커」씨(43)는 지난달11일출국하면서 한국관광공사에「관광불편신고엽서」를 보냈다.
『일반택시 요금 2천원거리를 88택시들은 2만원을요구하는 경우를 너무 자주 당했다』며『88올림픽때는 달라진 서울의 모습을보고싶다』고 했다.
「서울가면 공항에서 바가지 택시요금부터 주의하라」가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들의 경고1호가 되고있다는 것이다.
공항 청사안에서, 승차대주변에서 88택시 운전기사들은 외국손님 찾기에만 여념이 없다.
『우린들 왜 서비스 잘하고 규정요금 받고싶지 않겠읍니까. 여건이 그렇게 안돼 있지않습니까.』D택시운전기사 장기도씨(48)의 항변은 계속된다.
『이차가 중형택시로 바뀌기 전엔 콜택시였어요. 그땐 기본요금 1천원에 4백m마다 1백원씩요금이올라갔는데 중형택시로 바뀌면서 기본요금 8백원에6백m마다 1백원씩 올라가게 됐어요. 앉아서 수입이 줄어드니 회사에선 하루7만7천원씩 입금시키는 도급제로 해버렸어요. 게다가개인중형택시 2천대가 증차돼 손님마저 잃게됐으니어떻게 일당을 채웁니까. 억지를 부릴 수밖에….』
공항·술집주변·호텔등에아예 대기하며 손님고르기작전을 펴는 중형택시들이 모두 이같은 이유때문이란다.
『바가지를 씌워야만 입금액을 채우고 한달평균 50만원(일반택시 운전기사 월급은 평균 45만원선)을 벌수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서비스개선·외국인수송편의를 위해 운행토록한88택시(중형) 가 이런저런이유때문에「어글리 코리언」의 대명사가 되고 88이미지에 먹칠을 하게된 셈이다.
『개인택시는 조금 덜하지만 콜택시서 전환한 25개사 6백22대가 골칫거리입니다. 교양교육도 시켰고 외국인이 자주 찾을만한 곳을 행선지별로 요금을 적어놓은 요금안내표를 차안에 붙이도록 해봤으나 붙이는 경우가 드물어요.』서울시관계자의 푸념이다.
지난4월 올림픽을 위한서비스 개선책으로 등장한중형택시가 불과 3개월만에오히려 특별대책이 없는한성공 올림픽의 장애물로 낙인찍힐 기로에 섰다.
서울시는 우선 이같은 부조리가 승차난에 있다고 보고 8월초 개인 중형택시1천9백대·회사 중형택시2천대를 증차, 이들에게 하루 1회이상 공항에 들어가도록 할 방침이지만 실효성엔 자신을 못하고 있다.
『올림픽땐 달라진 서울을보고 싶다』고 몰려올 하루30만 외국관광객들에게 바가지 요금·불친절·난폭운전외에는 보여즐게 없는것일까.

<임국현·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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