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소탕"소리만 요란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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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일새벽1시30분쯤 서울길동 어두컴컴한 주택가 골목길. 보석중간상 이원희씨(40·서을길1동359의7)는 대문을 열어주러 마중나온 부인(35)과 반가운 대면을 하는 순간 뒤를 밟아온괴한 4명으로부터 기습을 당했다.
무자비하게 휘둘러대는 쇠파이프에 맞아 이씨 부부는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졌고 장사밑천이 몽땅 들어있는 007가방을 낚아챈 범인들은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바로 전날 18일밤 전국 경찰엔 19∼23일 강·절도, 폭력 3대범죄 소탕「5일작전」이 전통으로 시달돼 이날은이를테면 그 첫날이었다.
『방범등 하나만이라도 설치해달라고 몇차례나 진정했는데…도대체 그 많은 경찰은무얼하고있읍니까.』
연락을 받고 달려온 이씨의 동생 범희씨(30)는 의식불명으로 누워있는 형과 형수의 병상앞에서 발을 동동굴렀다.
강원도원주가 고향인 이씨는 오랜 고생끝에 가까스로보석중간상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여전히 원주와 속초등을 오가며 힘든 장사를 해왔다고 했다.
고생하는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해서 부인도 집근처에 미장원을 내고알뜰한 살림을 꾸려왔다.
『고생하면서도 아이들 크는보람에 피곤한줄 모르겠다고하시더니….』
동생 이씨는 평범한 가정의 조그만 행복을 순식간에앗아가버린 무자비한 범인들을 원망했다. 그리고 그 원망은 곧「치안부재」에 대한분노로 옮아갔다.
『소탕작전·단속령·특별단속…구호만 요란했지 도대체 이게 뭡니까. 밤낮없이 도둑이설쳐대니 약한 서민들은 누굴믿고 살란말입니까.』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도 불안한 시민생활에 대책은 없는 것일까.

<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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