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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약속한 김정은, 文에게 '백두산 티켓' 선물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창바이산' 안간다"는 文에게 ‘백두산 티켓' 선물할까 

지난 11년 동안 ‘미발매’ 상태였던 백두산 관광 티켓이 이번에는 정말 발권(發券)될까.

27일 오후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 만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7일 오후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 만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4ㆍ27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백두산 얘기를 꺼냈다. 그는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 하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장 보내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건배사 역시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였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백두산 티켓’ 요청을 콕 집은 즉답은 하지 않았다. 다만 “오늘 내가 걸어서 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 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라며 남북 간의 소통 확대를 약속했다.

“무료 여행권” 약속했던 김정일

이 장면은 사실 11년 전 평양에서 있었던 대화의 데자뷔다.

2007년 10월 3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마주 앉았다. 오전과 오후로 나눈 정상회담이 끝나갈 무렵 노 전 대통령은 “위원장께 청을 하나 드리겠다”며 말을 꺼냈다.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 하고 있다.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 하고 있다.

“내가 이제 뭐 임기 전에 또 올 일이 있으면 와야겠습니다만. 이제 다음 대통령 곧 뽑힐 것이니까 제대로 못 할 것 같고…. 임기 마치고 난 다음에 위원장께 꼭 와서 뵙자는 소리는 못하겠습니다만, 평양 좀 자주 들락날락할 수 있게 좀…”

김정일은 “대통령께서 시간 되시면 앞으로 금강산에도 아무 때나 오시고, 그리고 평양에도 아무 때나 오시고…”라고 답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백두산도 안쪽으로 해서, (지금은) 중국으로 돌아오는데”라며 백두산 얘기를 꺼냈다.

이에 대해 김정일은 “(백두산) 비행장만 되면 남측 사람들이 뭐하러 평양에서 왔다 다시 또 평양에서 비행기 타고 갈 필요가 있나. 서울에서 직항으로 백두산으로 가면 되지 않나? 그렇게 해야지 많은 돈을 왜 중국에다 갖다뿌려야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서 오면 거기(백두산) 와서 그저 숙식비만 내면 되는데, 비싸게 중국 갔다가…. 아마 서울항공이 중국에서 가 내리지 않고 백두산에는 못 가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런 뒤 “백두산 관광도 합의서에 넣으십시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시절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문 의원 뒤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시절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문 의원 뒤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뉴스1

10ㆍ4 선언에 포함된 백두산ㆍ서울 직항로 개설 항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나는 대만족하고 있다”는 김정일의 말에 “다음 (백두산) 여행권까지 따 놨으니까”라고 답하자, 김 위원장은 “여행권인데 하나 보충하겠다. 무료 여행권입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약속했던 ‘백두산 무료 티켓’은 11년 동안 발권되지 않았다.

“창바이산(長白山)은 가지 않겠다”

문 대통령은 등산을 좋아한다. 지난해 대선 전인 2016년에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뒤 대선 ‘재수’를 결정했고, 대선 당일에도 투표한 뒤 김정숙 여사와 자택 뒷산을 올랐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주말 일정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북악산 등산이었고, 여름휴가 때는 오대산을 등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최룡해 당 부위원장 등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최룡해 당 부위원장 등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했던 2012년 대선이 끝난 뒤에는 제주도 한라산을 오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못 가본 산이 바로 백두산이다.

문 대통령은 사석에서 백두산에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중국을 통해서는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이 관광지로 개발한 ‘창바이산’이 아닌 백두산으로 가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길’이 열려 남측 인사들이 북한을 통해 백두산 인근까지 갔을 때 함께 따라가 백두산 등산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후회가 든다고 하기도 했다.

백두산은 창바이산으로 불리며 중국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중국을 통해 창바이산을 방문한 관광객은 2005년 35만 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 142만 명, 2014년에는 175만 명에 달한다.

2018년 가을, 백두산 등산?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평화의집 내부에 걸린 그림을 소개하면서도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가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대해 김정은은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했습니다.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 과 만찬 일후 환송 공연을 보고나후 아쉬운 이별을 하고 있다 2018.4.2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 과 만찬 일후 환송 공연을 보고나후 아쉬운 이별을 하고 있다 2018.4.27.

두 정상은 올해 가을 평양에서 재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만찬장에서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던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정말 ‘백두산 티켓’으로 화답할지 지켜볼 일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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