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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쓰게 만드는 사고실험 33가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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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호 32면

책 속으로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기타무라 료코 지음
김정환 옮김, 까치

석탄을 잔뜩 실은 광석차(鑛石車, trolly)가 선로 위를 질주한다. 한데 전방에서 인부 5명이 작업 중이다. 이들이 광석차의 접근을 눈치채 알아서 피하거나, 소리를 질러 위험을 알릴 방법은 없다는 게 전제다. 부딪치면 전원 사망이다. 내키진 않지만 구할 방법이 있기는 하다. 선로 전환기의 스위치를 조작해 광석차의 진로를 바꾸는 것이다. 그럴 경우 바뀐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1명이 대신 죽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윤리 퍼즐’ 같다.

하지만 신간은 거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광석차 목격자의 딜레마는 책이 소개하는 33가지 사고실험 중 하나일 뿐이다. 사고실험의 성격도 제각각이다. 날렵한 아킬레우스가 느림보 거북이를 어떻게 해도 영영 추월할 수 없다는, 그리스 소피스트 철학 궤변으로 익히 알려진 썰렁한 실험도 있지만, 순수한 수학 문제에 가까운, 그래서 안 쓰던 수학 머리(그런 게 있다면)를 쓰게 만드는 ‘몬티 홀’ 사고실험도 있다. 양심의 무게를 고백해야 하는 내용 일변도가 아니라 순수한 추론의 재미도 선사하는 책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퍼즐 작가다. 뇌 기능 향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두뇌 환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광석차 사고실험의 정답은 없다. 한 명 목숨의 무게가 다섯 명보다 가볍다고 누가 강변할 수 있겠나. 입장에 따른 다수 선택, 소수 선택이 있을 뿐이다. 실험을 해보면 다수가 다섯 명을 구하는 선택을 한단다. 하지만 다수 답변은 조건을 바꿔 문제를 변주하면 바뀌게 된다. 쉽지 않은 문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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