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법 개정안 부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 공화.민주당의 상원 지도부가 합의한 이민법 개정안이 7일(미국 시간) 상원 전체회의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이민법 개정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법 개정 논의는 앞으로 2주 뒤 상원 휴회기간이 끝난 뒤에야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체류자를 세 종류로 나눠 구제하는 내용의 상원 합의안(본지 4월 8일자 3면)은 표결에서 찬성 38표, 반대 60표로 부결됐다. 공화당은 합의안에 불법 체류자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첨부해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강력히 반대하자 합의안만을 표결에 부쳤고, 공화당 출석 의원 54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은 합의안에 ▶폭력 등 전과기록이 있는 불법 체류자의 영주권 취득 금지 ▶국토안보부 장관이 국경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해 주기 전까진 외국인 임시 취업 프로그램 실시 유보 ▶임시 취업 프로그램을 통한 영주권 취득 금지 등의 수정안을 추가하려 했다. 이에 민주당은 "공화당이 합의하고서도 불법 체류자 구제 범위를 축소하고 단속을 강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이 수적으로 우세한 상원에서 양당이 충돌한 만큼 합의안의 통과는 불가능했다. 이어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지 않는 내용의 빌 프리스트 공화당 원내대표 대체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이민자들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 20여 명이 반대표를 던져 역시 부결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8일 주례 라디오 방송 연설에서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 실시와 밀입국자 유입을 막는 국경보호, 국내 밀입국자 단속 강화 등을 포괄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상원이 이민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의 지연 전술 탓"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