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대부분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은 소수에 그쳤다.
3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에 따르면 2015~2017년 자살사망자 289명 중 92%인 266명이 언어·행동·정서상태 측면의 변화로 자살징후를 드러내는 경고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은 57명으로, 유가족의 21.4%에 그쳤다.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 중 전문기관 정보를 알려준 경우는 12.3%에 불과했다.
대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잘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의 36.8%는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자살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또다른 33.3%는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직접적인 도움은 안됐다'고 답했다.
경고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경우도 21.1%에 해당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이 보내는 경고신호는 무엇이 있을까. 언어적으로는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함'(83명),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76명), '자기비하적인 말을 함'(62명)이 많았다.
행동에선 불면이나 과다수면 등 수면상태가 변하는 경우가 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과식·소식이나 체중 증가·감소 등 식사상태 변화(75명), 집중력 저하 및 사소한 일에 대한 결정 어려움(50명) 순이었다.
정서 변화는 죄책감·무기력감·과민함 등 감정상태 변화가 107명, 무기력·대인기피·흥미상실이 76명 등이었다.
자살사망자 가운데 36.0%는 약물·알코올을 남용하거나 충동구매, 무분별한 성행위, 과속운전 등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자살시도(35.6%), 자해(12.8%) 등을 한 적이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관련 문제(53.6%) 순 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19~34세 청년기에는 연애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중·장년기에는 직업 관련, 돈 문제가 주요한 요인이었다. 노년기는 신체건강과 관련한 스트레스 비중이 80%나 차지했다.
자살은 남겨진 가족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쳤다. 자살유가족 중 3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가족의 88.4%가 '사별한 후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정신건강과 관련해 80.1%가 우울감을 느꼈고 27.0%인 95명은 심각한 우울증에 해당했으며 수면문제(36.4%), 음주문제(33.8%)를 겪고 있었다.
심리부검은 자살사망자 유가족 진술과 기록으로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를 확인해 구체적인 자살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