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북정상이 심은 소나무에 담긴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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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재현 산림청장

김재현 산림청장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만나 한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는 수천 년 동안 우리와 희로애락을 같이한 민족의 나무이며, 사계절 푸르른 모습으로 변함없는 평화를 상징한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은 작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작은 나무들이 모이면 큰 숲을 이룬다. 두 정상이 심은 나무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작은 시작이지만, 그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서 한반도를 평화의 숲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

언제나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는 사실 느리지만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나무의 뿌리는 땅 속 깊숙이 들어가 바위를 깨고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 또한 매년 나고 지는 잎은 단비의 빗물을 머금고 있다가 우리가 물이 필요할 때 조금씩 내어준다. 이렇게 나무와 숲은 우리 삶을 조금씩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매년 숲이 주는 공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126조원으로 국민 1명당 249만원 수준이나 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꿔온 노력으로 푸른 숲이 우거졌기에 지금 우리가 이러한 숲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북녘땅에는 벌거벗은 산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북한 산림면적의 32%인 약 284만㏊의 산림이 황폐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구나 에너지·식량 부족에 따른 산림훼손, 산불 피해 등으로 황폐 산림이 늘어나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북녘땅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백두산에서부터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하나의 푸른 띠로 연결될 때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도 지속할 수 있다.

그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지만 소나무재선충병이 우리 민족의 나무를 위협하고 있으며, 북한지역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이렇듯 산림병해충과 같이 시급한 분야부터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하여 푸른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모아야 한다.

최근 숲이 주는 풍요를 모든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숲속의 대한민국’ 국민운동을 시작했다. 숲이 부족한 도시에는 나무를 심고 정원을 가꾸고, 아름다운 숲이 많은 산촌에서는 숲의 매력으로 사람을 불러 모아 숲과 사람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려고 한다. 이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삶 깊숙한 곳까지 숲이 들어가 삶의 질을 높여나가겠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를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국민이 늘어나고, 이들이 숲을 가꾸어 숲의 혜택을 더욱 늘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우리가 심은 작은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푸른 숲이 주는 혜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되고 나눌수록 커진다. 나무와 숲이 주는 교훈처럼 남북관계도 꾸준히 한 발자국씩 전진하다 보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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