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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고라니 구출 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리가 끼어 슬픈 짐승이 된 고라니 구출 작전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2일 오전 8시 30분쯤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초등학교에선 고라니 한 마리가 울타리에 껴 오도 가도 못 한 채로 발견됐다.

고라니는 어떻게든 울타리 사이를 빠져나오려 하지만 한쪽 다리가 끼어 제자리만 맴돌 뿐이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심기일전하고 다시 한번 울타리를 넘으려고 했지만, 울타리에 낀 다리를 힘으로 빼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숨을 헐떡이며 울타리에 주저앉는 고라니의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다. 주변엔 자동차 도로가 있어서 고라니가 2차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고라니가 놀라 몸부림치면서 다치지 않도록 일단 그물망으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쇠 지렛대로 울타리 사이를 벌려 고라니가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119구조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된 고라니는 야생동물보호협회로 보내졌다.

처음 고라니를 발견한 정성기씨는 중앙일보에 “어린 고라니가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생겨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며 “다시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조성 초창기에는 멧돼지나 뱀 등이 자주 출몰해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신도시가 안착하면서 이런 일이 뜸해졌는데 야생동물이 도심 한복판에 출연한 건 오랜만이라고 한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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