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미사일] 대포동보다 첨단형…주변국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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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끝내고 이를 정권 수립 55주년인 9일 군사퍼레이드를 통해 공개하려는 징후를 보여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움직임이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3일 핵 억제력 관련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결정한 것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은 핵 억제력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북한은 지난달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 핵 보유 선언 및 핵실험 용의 의사와 더불어 "핵무기를 운반할 수단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 미사일을 실제 군사퍼레이드에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한 시위 효과는 거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 당국이 인공위성을 통해 이 미사일 발사대 및 본체 운반 과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북한의 신형 미사일 카드는 핵 억제력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차기 6자회담 교섭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미국이 대북 강경정책의 수위를 낮추지 않으면 핵 보유 선언이나 핵실험으로 나아가겠다는 신호탄의 성격도 있다는 풀이다.

미국이 최근 북핵 폐기 전에 대북 유인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새 미사일의 시험 발사 등을 견제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미사일 등을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외교전이 펼쳐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핵 억제력 차원을 떠나 그 자체로도 국제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4천㎞로 미국령 괌까지 사정권에 넣는 만큼 미국으로선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 미사일의 기술이 기존의 노동.대포동 미사일 시리즈보다 기술적으로 한 단계 위라고 알려진 점도 주목거리다.

그래서 북한이 이 미사일을 공개하면 미국 내 강경파의 입지가 다시 커질 수도 있다. 또 차기 6자회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시위는 베이징 6자회담에서 합의한 '상황 악화 언행 중지'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노출은 몸값 불리기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움직임은 1993년 북.미 고위급 대화 때 노동 1호 미사일을, 98년 북.미 미사일 협상 때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던 상황과 흡사하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은 국내적으로 김정일 체제의 리더십을 과시하고 군과 주민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풀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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