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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민망하다던 北 철도, 가장 빠른 열차가 '시속4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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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철도와 도로 어떻길래?...열차는 최고 속도 45㎞ 불과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하게 할 것 같다.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던데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얘기다. “우리는 도로가 불편하다”는 말도 했다.

경제난 탓 90년대 이후 철도 건설 중단 #철도 노후화 심화..일반열차 시속 20㎞ #절반 넘는 도로가 대부분 비포장 #고속도로도 정상적인 기능 못해 #북한 인프라 개선 비용 150조 추정 #전문가 "철도,도로 새로 깔아야할 수준"

 김 위원장이 솔직히 털어놓은 대로 북한의 철도와 도로 상황은 상당히 열악하다. 북한 내 교통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여객 수송의 60%, 화물 운송의 90%를 철도가 담당한다. 철도를 중심으로 도로 및 해운이 보조적으로 이용되는 소위 ‘주철종도(主鐵從道)’의 체계인 셈이다.

 북한의 철도 연장은 2013년 기준으로 약 5300㎞로 3900㎞대인 우리나라보다 수치적으로는 길다. 하지만 노선의 97%가 선로가 하나인 단선인 데다 대부분 노후화돼 있다. 게다가 경제난으로 인해 90년대 이후로는 신선 건설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북한 철도망은 평양을 중심으로 조밀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철도 네트워크는 서부노선, 동부노선, 북부노선, 동서연결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로 궤도는 표준궤(선로 폭 1435㎜)와 협궤(1067㎜), 광궤(1524㎜)가 노선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 협궤 철도는 일제강점기에 부설된 것으로, 주로 광산 지역이나 낙후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광궤 철도는 나진역과 러시아 하산 역을 연결하는 구간에 깔려있다.

 북한은 또 철도 선진화의 척도 중 하나인 전철화율이 80%로 70%가량인 우리보다 높다. 그러나 불안정한 전력공급으로 인해 철도 운영 수준은 상당히 뒤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철도는 시속 20㎞ 수준이며, 가장 빠른 국제열차도 시속 45㎞에 불과하다. 평양에서 신의주역까지의 거리가 약 225㎞인데 열차로 5시간 10분이나 걸린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번 북한 대표단이 평창까지 고속열차를 탔을 때 느낀 속도감은 엄청났을 것”이라며 “대표단이 상당히 놀란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로 사정도 철도 못지않게 열악하다. 북한의 도로 총연장은 2만 6176㎞로 남한(10만 8780㎞)의 24% 수준이다. 북한은 일반 도로를 1급~6급까지 6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1급은 중앙과 도 사이, 2급은 도와 도 사이 도로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1급 도로의 경우에도 제대로 포장이 안 된 경우가 많다. 원산~김화 간 156㎞의 1급 도로에서 포장된 구간은 겨우 6㎞에 불과하다. 또 북한 전체 도로의 52%를 차지하는 6급 도로는 도로 폭이 3~3.5m로 무척 좁다. 인도도 대부분 없다.

 고속도로는 평양-원산, 평양-개성, 평양-향산, 평양-남포(청년영웅도로), 평양-강동, 원산-온정리 고속도로 등 총 6개 노선이 있으며, 노선 연장은 661㎞가량이다. 하지만 도로 상태가 매우 열악해 노면의 균열 및 배수 불량, 노면의 평탄성 저하 등으로 매년 보수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안병민 선임연구위원은 “고속도로 역시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향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고 남북 경협 등이 활성화돼 우리가 북한 인프라 개발에 뛰어들 경우 100조원 넘는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4년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에서 북한의 인프라 개발 비용을 철도 773억 달러, 도로 374억 달러 등 총 1392억 달러 (약 150조원)로 추산한 바 있다. 안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 도로와 철도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려면 상당 부분을 사실상 새로 건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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